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쏟아내는 '규제 완화' 공약이 부동산 시장을 흔들고 세입자와 서민을 집 밖, 서울 밖으로 내몰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쉽게 호응할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겠지만 공약에 따라 주거 격차 심화, 정책 충돌 등 상당한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오세훈 '속도전', 박영선도 '민간 공급' 시사
특히 한강 변 아파트를 35층 이하로 제한한 이른바 '35층룰'을 풀고, 재건축에 관한 안전진단 통과 기준과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해서 민간을 통해 주택 18만 5천호를 건설하고, 여기에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 소규모 필지 이웃끼리 공동개발, 기존 서울시 공급 계획까지 모두 36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게 국민의힘 계산이다.
더불어민주당 쪽도 만만찮다.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에는 반대한다"지만 박영선 후보 공약 역시 상당수가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 후보는 한남대교 입구에서 양재역까지 경부고속도로 6km 구간을 지하화해 이곳 일부에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분양하겠다고 공약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재개발하는 방식까지 포함하면 모두 30만호의 반값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게 박 후보 약속이다. 그는 남산 경관을 해치지 않을 경우 '35층룰'도 풀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기조와 달리 "강남 재개발·재건축에 '공공주도' 형태를 고집하지 않을 수 있다"며 민간 공급 가능성을 시사해, 시장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여당 내부서도 '공약 남발' 비판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서로 다급하니까 표 얻으려고 즉자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렇게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하면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행된다 하더라도 집값 안정은커녕 기름만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지난 25일 대표단회의에서 "두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그야말로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한 뉴타운 시절로의 회귀"라며 "그나마 이명박 시장 시절 진행했던 뉴타운 추진은 강남북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다"고 일갈했다.
주거 안정 문제, 그리고 정부의 다른 정책과 충돌한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땅 주인과 투자자, 그리고 분양받는 사람 정도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갈 곳 없는 세입자는 단숨에 쫓겨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투기꾼 배 불리고 투기꾼 표를 얻겠다는 것 아니냐"며 "임대차 보호법으로 4년은 살 수 있게 해준다더니 세입자들은 어디로 가라는 거냐"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