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이날 오전 서울을 포함한 10개 시·도에 황사 위기경보 주의 단계가 발령된 데 이어 광주와 부산, 제주 등에도 차례로 주의 경보가 내려졌다.
전국 전역에 주의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5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황사 위기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뉘는데, 환경부는 전날 오후 늦게 전국에 관심 단계를 발령한 바 있다.
현재 내려진 '주의' 단계는 미세먼지의 시간당 평균 농도가 300㎍/㎥ 이상 2시간 동안 지속돼 대규모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때 발령된다.
황사경보 발령은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2015년 이후 6년 만에, 부산과 제주도의 경우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1시간 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전북 군산 1131㎍/㎥, 경남 진주 901㎍/㎥, 제주 고산 1007㎍/㎥으로 서해안과 남부, 제주 지역의 수치가 높았다. 반면 같은 시각 서울 216㎍/㎥, 대구 220㎍/㎥, 속초 127㎍/㎥, 강화 279㎍/㎥ 등으로 수도권과 강원, 경북 일부 지역은 오전보다 농도가 흐려졌다.
기상청은 "현재 북서풍이 유입돼 강한 황사 영역은 충청권과 남부지방으로 이동해 서울 등 중부지방의 미세먼지 농도가 200㎍/㎥ 내외로 관측되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낮에 백령도와 연평도 부근에 영향을 준 짙은 황사가 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종로구 서린동에서 근무하는 이모(30)씨는 "평소에는 마스크를 하나 끼고 다니는데 뉴스 보니까 황사가 엄청 심하다고 해서 두 개 꼈다"며 "아무래도 조금 목이 칼칼한 게 느껴지기도 하고, 눈이 조금 따끔거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환절기다 보니까 건강 관리하기가 힘든데, 요즘 황사까지 오다보니까 더 힘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와 함께 청계천 나들이를 나온 김예나(32)씨는 "날씨가 따뜻해져서 아이가 밖에 나와 놀고 싶어 하는데 걱정이 된다"며 "아이가 기침하는 모습이나 냄새 등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황사가 심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야외활동을 줄이려 노력했다. 정모(30)씨는 "오후에 보통 자전거를 타러나가는데,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될 것 같다"며 "하늘이 이렇게 뿌연 것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모(26)씨는 "아침 산책도 못가고 오늘 하루종일 창문도 닫고 있었다"며 "환기도 안되고 답답한 기분"이라고 울적해했다.
호흡기가 좋지 않은 노약자들의 근심은 더욱 컸다. 70대 김모씨는 "미세먼지가 너무 많으니까 노약자들은 외출을 자제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며 "오늘도 나오지 않으려고 하다가, 급한 일이 생겨서 나오게 됐다"고 걱정했다. 이어 "항상 KF94 마스크를 챙겨 쓰고 있다"며 "자녀들도 나갈 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우모씨는 "아무래도 코로나 등으로 요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밖에 나갈 일이 있어도 줄이고 있다"며 "정부에서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30일까지 황사가 잔류하면서 전국에서 대기질은 '나쁨' 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이날 밤부터 황사 농도가 점차 옅어지면서 수도권을 시작으로 황사경보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황사특보가 해제되더라도 내일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나는 곳이 있어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흐름에 따라 황사가 31일에도 약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