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공급 대란, 부동산 가격 폭등, 백신 확보 논란 등 위기마다 교체설이 있었지만 꿋꿋하게 직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노영민 전 비서실장 등 핵심 참모진들의 집단 교체 당시 김 전 실장의 사의만 반려하기도 했다.
그랬던 김 전 실장이 29일 쫓기듯 청와대를 떠났다. '전세보증금 인상 논란'이 불거진지 불과 반나절만에 문 대통령이 김 전 실장을 전격 경질하며 후임까지 발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평소 인사스타일과 거리가 멀다. 여론에 휘둘리기보다 신중하게 인사 시기를 조율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엔 가차없이 김 전 실장을 내쳤다. 후임을 찾을 시간이 촉박했던 탓인지 이호승 경제주석을 실장직에 영전시켰다.
김 전 실장 경질에는 문 대통령의 단호한 결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적폐청산'을 선포하며 정부가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민심을 악화시키는 악재는 서둘러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 전 실장 스스로 사의를 표했다고 하면서도 "부동산 관련 상황이 굉장히 엄중함을 감안한 것"이라고 심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문 대통령이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부동산 적폐청산을 강조하려던 상황에서 '내로남불' 논란으로 개혁 동력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부부 공동 명의로 보유중인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기존 전세금 8억 5천만원에서 14.1% 올린 9억 7천만원을 받은 것이 관보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김 전 실장의 전세금 인상 논란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 상당한 충격에 휩싸였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가뜩이나 부동산으로 어려운 국면에 대형 악재가 겹쳤다"며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김 전 실장과 청와대가 논란이 터진 직후 내놓은 해명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날 논란이 일자 "현재 전세로 살고 있는 금호동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2억원 넘게 올라 자금마련을 위해 불가피하게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금을 올린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목돈이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김 전 실장 부부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예금만 14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적으로 상당한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