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 LH의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과 건설사업 관리용역 경쟁 입찰 290건의 수주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결과, LH 전관 90여 명을 영입한 업체 47곳이 설계용역 수의계약 297건(전체 55.4%)을 수주했다. 사업 규모로만 보면 6582억 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69.4%를 차지했다.
설계용역 수의계약 규모는 2015년 633억 원에서 2020년 1545억 원으로 6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변창흠 장관이 LH 사장으로 있던 2019년에서 2020년 사이 LH 전관 영입업체가 설계용역 수의계약을 수주한 사업 건수 및 사업금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경실련은 "특히 2019년도는 전체 계약금액 2895억 원 중 2109원(72.9%)을 LH 전관 업체가 싹쓸이하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국내 건축설계업체는 대략 1만 1천여 개 정도인데, 그중 0.1% 업체가 수주 건수는 전체의 4분의 1을, 계약금액은 5분의 2를 챙겨간 것"이라며 "LH 전관 영입업체 상위 10개사에 수의계약 금액이 40% 정도로 집중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LH가 설계용역 수의계약으로 추진한 사업 중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현황도 분석했다. 분석결과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사업 중 7개 사업을 LH 전관 영입업체가 수주했다. LH 전관 영입업체가 공동도급으로 참여한 개별 사업까지 포함하면, 10개 사업 중 무려 9개가 해당한다.
개별 사업금액이 가장 큰 사업은 계약금액이 87억 3천만 원인 '경산대임 A-5,6,7BL 공동주택 설계용역'이다. LH전관을 8명 영입한 ㄱ건축사무소가 수주했다. 이 사무소는 개별 사업금액 10위인 '군포대야미 B-1BL 공동주택 설계용역'도 수주했다
이외에도 LH 전관을 4명 영입한 ㄴ종합건축의 경우 계약금액 75억 2천만 원짜리 '경산대임A-8,9, B-1BL 공동주택'과 계약금액 70억 원 규모의 '평택고덕 A-54BL 공동주택'을 수주했다.
경실련은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개별 사업금액이 과다하게 높은 것도 문제이지만, 상위 10개 사업에 대한 수의계약 체결이 공교롭게도 모두 변창흠 사장 시절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 입찰로 발주되는 건설사업관리용역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LH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경쟁입찰로 발주한 건설사업관리용역(감리)은 모두 290개 사업 8035억 원 규모다. 이중 LH 전관을 영입한 업체들이 115건을 수주했다. 전체의 39.7%에 해당한다. 수주금액은 3853억 원으로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사업관리용역 수주금액 상위 10개 업체 중 5곳이 LH 전관 영입업체였다. 5곳의 수주 건수는 82건(전체 290건의 28.3%), 계약금액은 3096억 원(전체 8035억 원의 38.5%)이다. 개별 사업금액 상위 10개 사업 중 LH 전관 영입업체가 수주한 사업도 5개다.
아울러 경실련은 "땅 장사, 집 장사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수주 로비스트를 양성하는 LH는 해체되어야 한다"며 "LH 대신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의계약 남발과 경쟁입찰에서의 전관 영입업체 수주 과점은 부패의 한 단면일 뿐"이라면서 "LH 사장 시절 LH 전관 영입업체들에 대한 수주 독식을 방조한 변창흠 장관은 장관직 수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