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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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미얀마 양곤 주민),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독립PD)
지난 3월 27일은 미얀마 국군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미얀마 군인들의 총구는 시민을 향했습니다. 군부독재 반대시위에 나선 민간인들을 향해서 군부는 무차별 강제진압을 했고요. 그날 하루에만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누적 사망자는 50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먼저 저희가 미얀마 양곤 현지에 거주하고 계신 미얀마 시민을 연결하려고 하는데 정말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분의 신변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인터뷰하는 점은 양해 부탁드리고요, 만나보죠.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 익명>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네, 일단 선생님은 괜찮으신 건가요?
◆ 익명> 네, 저는 무사합니다.
◇ 김현정> 지난 토요일 유혈사태가 대체 어떤 상황이었던 겁니까?
◆ 익명> 사실은 지난 토요일이 1945년에 일본에게 맞서서 무장 항쟁을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그날을 기념해서 미얀마 항쟁의 날, 저항의 날이었는데 군사정부 때 그것을 국군의 날, 국민의 날로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 국민들은 그날에 반군부독재의 뜻으로 전국 곳곳에 시위를 했는데요.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군부의 유혈진압도 벌어졌고 많은 희생자들이 발생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지금 유튜브와 레인보우 앱을 통해서 그날의 영상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보다 더 많은 영상들이 있습니다만 방송에 보여드릴 수 있는 정도만 저희가 모아봤는데요. 끔찍합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토요일에 많이 희생됐다고 하는데 옆에 서 있다가 빗나간 총알을 맞은 겁니까? 아니면 어린이인 줄 알면서도 일부러 겨눈 건가요?
◆ 익명>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옆에 서 있거나 집 앞에 놀고 있었는데 총 맞은 어린이도 있고요. 집 안에 있었는데도 유리창문 같은 것을 뚫고 총 맞아서 사망한 어린이도 있는데 한 어린이 같은 경우에는 아버지의 품속에 있었는데 무섭다, 무섭다 계속 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하는데 그게 더 화가 나서 그 어린이에게 총을 쐈던 것도, 다섯 살 짜리 여자 어린이인데요. 만달레이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 익명> 그 아버지는 사실은 제 고등학교 동창의 남편이거든요. 그 남자 아이는 할머니랑 같이 집 2층에 있었거든요. 다시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그 동네에 시위대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동네에 무차별로 발포를 한 거죠.
◇ 김현정> 세상에 시위가 있지도 않은 곳에서 왜 무차별 발포를 하죠? 총알이 왜 창문을 뚫고 들어온거죠?
◆ 익명> 왜냐하면 군인들의 생각에는 지금 시위가 있지는 않지만 이 동네에 사는 일반국민들이 결국에는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한다, 자기들에게 저항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시위자들한테 겁을 주고 저항세력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일반 집들에도 무차별 발포를 한지 한 달쯤 됐습니다.
◇ 김현정> 12살 저 아들은 병원에서 살아났습니까? 숨진 겁니까?
◆ 익명> 아니요. 치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했습니다. 병원으로 치료 받으러 가는데 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서 제대로 치료받기도 전에 아이가 숨졌다고 합니다.
◇ 김현정> 너무 마음이 아픈데 지금 이런 사진, 영상, 소식들이 해외에 알려지면 군부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닌가요. 도대체 어떻게 무차별 학살을 계속할 수 있는 거죠?
◆ 익명> 네, 제가 봤을 때는 지금 군부에게 가장 중요하고 급한 것은 국민들을 어떠한 방식을 사용하든 간에 저항을 진압하고 나서 저항이 점점 약해지고 없어지면 몇 년 후에라도 국제사회에서 자기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이렇게 무차별 진압을 하면서 시민들의 시위가 좀 잦아들었나요, 아니면 그대로인가요, 아니면 더 확산되고 있나요?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 익명> 네, 제 직접 경험이나 봤을 때는 시위가 많이 적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저희 동네에서도 군인들이 정착하고 있습니다. 모든 동네에 차 몇 대, 군인 몇 십 명이 자리 잡고 있거든요. 장 보러 나가거나 출퇴근하러 나가더라도 그냥 무작위로 검열을 하고요. 수색도 합니다. 자기들이 기분 내키는 대로 잡아가기도 하고요.
그냥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니까 아무래도 대규모 시위는커녕 시위하러 나가기도 어렵고 사람 모이기도 어려워져서 솔직히 시위가 규모가 적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희를 100% 아직 진압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죠. 계속 진압이 있었는데도 사람들이 계속 나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인터뷰하시는 선생님 말고도 몇 분의 취재원이 더 미얀마에 계셨는데 연락이 닿지를 않아요.
◆ 익명> 아마도 제가 봤을 때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을 수도 있고요. 위험한 상황이라는 게 집에 수색에 위험이 있거나 잡아갈 위험이 있어서 다른 친척집이나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 있는 상황이 아마 많을 겁니다. 또 아까처럼 검역이 심해서 스마트폰이나 핸드폰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위험해졌으니까 그것도 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 익명> 네, 저는 아직 괜찮은 편입니다. 그래서 저도 밖에 나가거나 그럴 때는 이 스마트폰을 아예 집에 숨기고 나가요. 그리고 낮에나 밤에나 저희는 항상 눈과 귀를 열고 살아야 됩니다. 군인 차량이나 소리가 들리면 바로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집에 숨길 자리도 미리 다 봐놨어요. 그래서 바로 숨기고 대기하고 있어요. 수색을 당하면 집이 멀쩡히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집에 있던 물건들 다 때리고 망치고 나가서 사람들 잡아가니까요.
◇ 김현정> 지금 인터뷰하고 계신 선생님은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한국에 이 상황들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지금 정말 큰 용기를 내서 인터뷰를 하고 계시는 겁니다. 여러분, 이 호소를 정말 절절하게 들어주셔야 하고요. 외부에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 외국인들이 도울 수 있는 일이 뭔지를 끝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익명> 저희는 사실은 주한연합군이나 그렇게 국제사회에서 군사적으로 도움을 주면 가장 빠르고 희생이 없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이 어려우면 최소한 저희가 무력항쟁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저희가 이길 수 있을 때까지는 몇 개월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때까지라도 미얀마 군부를 인정해 주지 않고 교류도 하지 않고 지금처럼 규탄해 주시고 미얀마 정부에게 자금이 들어가지 않게끔 도와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그 모든 돈이 저희를 죽일 무기들 살 돈이 될 거니까요.
◇ 김현정>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부디 몸 조심 하시고요.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익명>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미얀마 양곤 주민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말로 전해 들으면서도 이게 참 찹찹하고 안타깝고 그런데, 도대체 이 군부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신경조차 안 쓰는 걸까요?도대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어떨까요. 분쟁지역 취재 전문 PD죠. 김영미 PD 연결해서 그 부분들 짚어보겠습니다. 김영미 PD님 나와 계세요.
◆ 김영미> 네, 안녕하십니까? 김영미 PD입니다.
◇ 김현정> 취재원 보호를 위해서 자세히 제가 여쭤볼 수는 없지만 김 PD께서도 지금 현지하고 계속 연락을 취하고 계시는 거죠?
◆ 김영미> 네, 지금 현재 저희 취재원들은 미얀마 곳곳에 계속 저하고 취재를 같이 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스마트폰, 핸드폰 걸리면 안 된다고 해서 취재하는 데 어려움도 굉장히 많고요. 저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외신들이 똑같아요. 그래서 원격취재를 할 수밖에 없는데 군부의 수색이나 체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제가 아는 취재원도 체포돼서 갔기 때문에 취재가 쉽지는 않습니다.
◇ 김현정> 외부로 내부 소식을 알리는 게 발각이 되면 체포가 되는 상황입니다. 어떤 사례들을 더 들으셨어요? 앞서 미얀마 주민이 증원해 주신 것 외에도.
◆ 김영미> 지금 국군의 날 당일 날이 굉장히 심해서 특히 그 날은 만달레이가 굉장히 심했는데 저희 취재를 하는 사진을 찍는 친구가 다쳐서 병원으로 후송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었고. 또 양곤에서도 취재하던 친구가 쫓기는 과정에서 체포가 됐다가 다시 탈출하고 이런 과정들을 하루 종일 겪어가지고 마치 하루 종일 취재가 아니라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을 찍은 것 같아서 힘들었고 취재하면서도 되게 마음이 아팠습니다.
◆ 김영미> 지금 한국의 관심은 굉장히 높고 또 우리가 겪었던 역사의 한 장면하고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많이 겹치지만 점점 관심이 식어가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군부 또한 미얀마 소식이 최대한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데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시위 때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법 또한 시위에 나오지 말라는 심리전이에요.
◇ 김현정> 일부러 아이들 조준해서 쏘는 거라는 거죠? 지금 공포 심리전 하는 거죠?
◆ 김영미> 주택가로 뛰어들고 아이들을 겨누고 스마트폰을 수색해서 빼앗고 이런 것들 전부 다 심리전이거든요. 모두 다 미얀마 소식이 바깥으로 나가는 걸 원하지 않는 거예요. 그리고 시위가 일어나지 않게끔.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기 위한 최종적인 목적은 그거거든요.
그러다 보면 자연히 군부는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미얀마 정부가 된다라는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 절대가치가 있죠. 뭐냐 하면 적어도 군인이 쿠데타를 해서 정부를 찬탈하는 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을 미얀마 군부는 하고 싶은 거죠.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그거예요.
◇ 김현정> 그렇게 하기 위해서 외부로 이 모든 학살들이 전달되는 걸 철저히 막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될 것이다, 우리가 인정될 것이다, 이런 계획이군요.
◆ 김영미>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거예요. 거꾸로 그 많은 소식들을 우리가 알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기억해야 되고. 세계 시민의 선택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얀마 국민들이 지금 당하고 있는 현실들을 우리가 좀 더 빨리 알고 자세하게 알 수 있는 방법, 그게 결국은 앞으로 미얀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 김현정> 지금 30초 남았는데 중국말입니다. 미얀마가 최대 의지하고 있는 무역국가가 중국인데 중국에 입장은 여전히 그냥 팔짱 끼고 있는 건가요?
◆ 김영미> 중국은 이기는 편에 서면 되는 거예요. 딱히 스탠스를 취할 필요가 없다고 보여지거든요. 그래서 군부가 이기면 군부하고 손을 잡으면 되는 거고요. 그 전에 수치 여사 정부가 돌아오면 그 정부랑 손을 잡으면 되는데 굳이 자기네들이 군부와 손을 잡는다고 발표할 필요가 없는 거죠.
◇ 김현정> 구경하고 있는 거네요. 한마디로 이런 상황, 여러분 우리가 알아야 합니다. 관심 가져야 합니다. 앞에 인터뷰하신 분 정말로 목숨 걸고 한 인터뷰입니다. 여러분 널리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김영미 PD님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 김영미>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분쟁지역 전문 독립PD 김영미 피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