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최소 114명의 시민이 '미얀마군의 날'인 전날 군부의 총에 맞아 숨졌다.
미얀마군의 날은 원래 미얀마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무력 저항한 날을 기념한 '저항의 날'이었으나, 1962년 쿠데타를 일으킨 뒤 미얀마군의 날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시민들은 원래 이름인 '저항의 날'이라며 거리로 나서 군부독재 타도를 외쳤다.
하지만 군부는 대규모 열병식을 통해 힘을 과시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안정과 안전을 해치는 폭력적 행위들은 부적절하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위대를 향한 유혈 탄압이 벌어졌다.
특히 5~15살 어린이 최소 4명도 희생됐다. 집 근처에서 놀던 한 살배기 여자 아이가 눈에 고무탄을 맞아 다쳐 붕대를 감은 사진이 널리 퍼졌다. 14세 소녀의 어머니는 군인이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집의 문을 닫으려 했지만, 딸은 피에 젖은 시신이 됐다.
군부는 이날 밤 시위대를 진압하던 중 40대 남성이 총에 맞아 다치자 체포한 뒤 불타는 폐타이어 위로 던져 산채로 불태워 죽이기도 했다. 폐타이어는 주민들이 군부의 진입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트로 설치한 것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은 이 남성이 불에 던져진 뒤 "엄마 살려줘요"라고 외쳤지만, 군부가 총을 계속 쏴 주민들이 그를 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군부의 만행은 다음날인 28일에도 이어졌다.
군부의 총에 맞아 숨진 20살 학생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장례식장에 모이자, 군부는 총을 쏘고 흩어지는 참석자들의 체포를 시도했다.
미얀마 주재 EU(유럽연합) 대표단은 성명을 통해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 특히 어린이들을 살해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미얀마의 76회 국군의 날은 영원히 테러와 불명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사태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깊은 애도를 유족들에게 보낸다. 버마의 용기있는 국민은 군부의 공포정치를 배격한다"고 밝혔다.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주도해 우리나라와 일본, 영국, 독일 등 12개 국의 합참의장도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고 비판했다.
다만 미얀마 군부에 대한 우호세력도 여전하다고 로이터통신은 꼬집었다. 미얀마군의 날 열병식에는 러시아와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8개국이 외교 사절단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