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보수 정당인이 했을 법한 이 발언의 주인공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던 금태섭 전 의원이다.
지난 24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금 전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 정부·여당을 향해 포화를 쏟아냈다.
그는 "전임 시장들의 권력형 성폭력으로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서울에서는 전임 시장에 대한 칭송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전임 시장의 변호인이 공동선대위원장이 돼서 선거를 지휘하고 있다"며 "이런 상식에 맞지 않는 행태에 모든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분들이 모여서 이번에는 반드시 한 번 제동을 걸고 회초리를 때려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한 표현들을 서슴지 않았다.
한 언론에 수사기관을 상대하는 칼럼을 연재하던 중 검찰 내부와의 마찰로 검사복을 벗은 그는 이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른바 민변 소속으로 변호사 활동을 하게 됐다.
방송에서 법률 상담 코너를 진행하면서 인지도를 쌓게 된 그는 2012년 대선이 끝난 후 민주당과 통합에 나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인연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게 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여느 민주당 정치인과 다름 없는 행보를 보였다.
2014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대변인을 지내며 당의 '입'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당 전략기획위원장도 맡았다.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맨날 싸움질만 하는 새누리당을 국회로 보내겠느냐"며 자신이 민주당 소속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안 됨은 물론 비선 실세와만 논의한 후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게 민주당에 뿌리를 내린 금 전 의원이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로 민주당으로부터도 미움을 사게 된다.
국회에 입성하면서부터 소신과 다양성을 강조하며 민주당이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왔는데, 친문 성향의 민주당 주류 지지층이 이러한 금 전 의원의 행보를 마땅치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있어 상징적인 인물로 평가되던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인사청문회 때부터 "언행불일치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질의해 거센 비난을 샀다.
금 전 의원의 이러한 행보는 자신을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로 불리는 당내 개혁성향 의원으로 분류되도록 했는데, 이 표현은 당내 친문 지지층의 입장에서는 눈엣 가시와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에 반대했던 금 전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도 반대하면서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당론에 따르지 않고 기권표를 던지면서 민주당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됐다.
21대 총선 경선에서 쓴 잔을 마신 금 전 의원의 탈당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금 전 의원의 변신은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계속됐다.
정치적 스승에서 비판하는 적이 됐던 안 대표와 제3지대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경쟁무대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무소속 출마 행보는 이른바 '반문(반문재인) 연대'라는 3지대 후보로서 가졌던 취지에 따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돕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다만 금 전 의원은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자신이 보수 정치인이 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이 너무 이상해서 이것을 정상으로 돌여놔야 한다는 데는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주당이 정신을 좀 차리게 해야겠다는 이유로 (국민의힘에) 힘을 합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가 이번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좀 보수 쪽으로 가신 것 같은 행보였기 때문에 그 분이 보수화됐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안 대표와 달리 자신은 국민의힘에 입당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지금 그 얘기를 하면 선거에 임하는 전선이 또 흐트러지지 않겠느냐"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