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쓰는 거 아니죠?" 설마가 숨가쁜 현실로

두산-LG, 2 대 2 트레이드 현장 분위기

25일 전격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에서 LG로 이적한 좌완 함덕주. 연합뉴스
프로야구 잠실 라이벌 LG-두산의 시범 경기가 열린 25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중 기자실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두산 좌완 함덕주(26)와 LG 내야수 양석환(30)의 트레이드설이 최근 떠돌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좌완과 잠실구장을 홈으로 썼음에도 20홈런 이상을 때린 적이 있는 우타 중장거리포였다. 만약 현실이 된다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트레이드였다.

때문에 일부 취재진은 경기 중 두 구단 직원들에게 "트레이드 보도자료를 지금 작성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섞어 묻기도 했다. 설마 하겠느냐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가 이날 경기 중반까지 출전하지 않으면서 "트레이드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에 두 팀 직원들은 짐짓 잡아떼면서도 어색하게 긴장된 표정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다만 양석환이 경기 중반 로베트로 라모스를 대신해 출전했다. 이날 양석환은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트레이드는 무산됐나 보다" "오늘 쇼케이스를 제대로 하는 거 아니냐" 등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는 사이 경기는 LG의 6 대 3 승리로 끝났다. 취재진은 LG 유니폼을 입고 첫 1군 등판한 베테랑 좌완 고효준을 인터뷰하기 위해 막 더그아웃으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두 구단 홍보팀장이 종이 뭉치를 들고 분주하게 기자실로 들어왔다. 약간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취재진은 "올 것이 왔구나"는 표정이었다. 설마 했던 트레이드 보도자료였다.

25일 두산과 시범 경기에서 2안타 1타점의 맹활약을 펼친 LG 양석환은 경기 후 곧바로 트레이드돼 두산으로 이적하게 됐다. LG
두산은 함덕주와 우완 채지선(26)을, LG는 양석환과 좌완 남호(21)를 서로 내주는 조건이었다. 더그아웃으로 내려가기 위해 일어서려던 취재진은 다시 주저앉아 다급히 기사를 작성하고, LG 차명석 단장을 불러 인터뷰를 했다.

차 단장은 "양석환, 남호를 불러 류지현 감독과 면담을 하느라 좀 늦었다"고 취재진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는 경기가 끝난 뒤 트레이드 사실을 알렸다"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겠지만 선수들이 이해하고 기분좋게 마무리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프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차 단장은 "양석환, 남호 트레이드는 기분이 먹먹한 건 있다"면서 "프로 비지니스 마인드로 보면 늘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얘기해줬는데 만나면 헤어지고 가는 사람은 돌아온다고 선수들이 FA(자유계약선수)로, 지도자로 올 수 있으니 행동을 잘 하고 성과를 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숨가쁘게 진행된 두 팀의 트레이드였다. 차 단장은 "전력에 도움된다면 트레이드는 또 할 것"이라면서 "9개 구단 모두와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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