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최악(最惡)’을 이끈 벤투 감독의 고집

파울루 벤투 감독이 80번째 한일전에서 꺼낸 승부수는 결국 한국 축구의 최악의 하루로 이어졌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상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이상을 꿈꾼 결과는 처참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평가전에서 0대3으로 패했다.

역사상 80번째 A매치에서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준 한국은 최근 3경기 무패(2승1무)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쓰린 패배를 당했다. 이 패배로 한일전 역대전적은 42승23무15패가 됐다.

이번 일본 원정 평가전은 부상으로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합류가 무산됐고, 코로나19의 여전한 확산 영향으로 황의조(보르도), 황희찬(라이프치히)도 함께 하지 못했다. 여기에 윤빛가람(울산)과 주세종(감바 오사카) 등도 부상과 코로나19 확진 등의 다양한 이유로 벤투 감독의 부음에 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벤투 감독은 그 동안 자신과 함께 했던 ‘낯익은’ 선수가 아닌 ‘낯선’ 선수와 일본 원정을 떠나야 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 후 강조했던 ‘철학의 공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본을 상대해야 했다는 점은 분명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점을 암시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번째 한일전, 특히 전반 45분의 경기력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벤투 감독이 꺼낸 이강인(발렌시아)을 최전방에 세우는 제로톱 전술은 사실상 완벽한 실패에 그쳤다. 이는 선수의 잘못이 아닌 절대적으로 감독의 잘못된 판단에 기인한다.

이강인이 소속팀에서 종종 제로톱 전술의 최전방에서 활용됐던 선수라고 하나 이 경기는 한일전이었다. 압박감이 다른 어떤 경기보다 크다. 기량이 정점에 있는 선수라고 할지라도 그 위세에 눌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한일전이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최전방에 세우는 깜짝 선발 카드를 떠냈다. 2선에는 나상호(서울)와 남태희(알 사드), 이동준(울산)까지 체구는 작아도 발이 빠른 선수를 배치했다. 패스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고 내용까지 이끌겠다는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를 위한 포석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전반 38분 나상호가 상대 공격 전개를 끊은 역습에서 얻은 공격 기회에서 시도한 슈팅을 제외하면 일본의 골대를 위협한 장면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상호의 슈팅 역시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는 점에서 한일전의 전반 45분은 완벽한 실패였다.

역사적으로 한일전에서 한국은 다소 투박할지라도 체격조건의 우위를 앞세워 일본의 수비를 압박하고 이를 통해 공격을 시도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현대 축구가 지향하는 세련된 축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라도 라이벌 대결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한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자신의 원하는 축구를 펼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벤투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선수들에게 가진 기량 이상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이상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축구에 처참한 패배감을 맛보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 고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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