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 투기꾼들이 도로를 산 이유는?

[기획]용인 플랫폼시티 부동산 투기 천태만상③
도로, 용인플랫폼시티 전체 토지 거래의 20% 차지
1368㎡ 도로 지분 쪼개기로 26명이 동시매입하기도
토지, 매입가 저렴하고 보상에 유리…대토보상 노린 듯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세력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CBS노컷뉴스는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인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사업'에 손을 뻗친 부동산 투기 세력들을 추적했다. 다양한 부동산 투기수법과 유형을 찾아내 부동산 투기 관련 수사가 나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조기분양 미리 알았나…열흘전 판교 임대 '무더기' 계약
②용인 '알토란 땅' 싹쓸이…'베일의 A씨' 대체 누구?
③"가성비 최고" 투기꾼들이 도로를 산 이유는?
(끝)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구상도. 용인시청 제공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들이 도로 부지까지 마구잡이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도로 부지는 이용 가치가 없어 기피하는 부동산이지만, 이들이 주목한 점은 토지의 활용도가 아닌 '대토보상'이었다.

개발 예정 지역 내 토지를 일정 면적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개발된 토지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5필지 중 1필지는 도로…수상한 거래도 포착


A씨 등 3명이 매입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도로 용지. 이준석 기자
25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 용인플랫폼시티 개발부지 내 한 개인소유 도로.

이 곳은 타운하우스 80개동이 몰려 있는 주택가와 인근 공장으로 진입하는 도로로, 지난 2017년 타운하우스 개발과 함께 조성됐다.

이미 포장이 마무리 된데다가 주변에 새로 들어오는 시설도 없어 확장 필요성이나 이용 가치가 없는 토지다.

하지만 경기 광주시, 경남 창원시에 사는 A씨 등 3명은 '플랫폼 시티 사업 계획' 발표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 이 곳을 포함해 인근 도로 10필지를 사들였다. 면적은 많게는 1천㎡에서 17㎡ 규모의 소규모 도로도 있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B씨 등 26명도 비슷한 시기에 인근 1368㎡, 1049㎡ 규모의 도로 2필지를 지분 쪼개기 형식으로 매입했다.

CBS 노컷뉴스가 경기도와 용인시 등이 추진한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사업(이하 플랫폼시티 사업)'과 관련한 개발 부지 내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거래된 토지는 모두 140여필지로, 이중 23필지는 도로였다. 5필지 중 1필지는 도로인 셈이다.

거래된 도로는 국도·지방도·시도와 달리 일반인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개인용지다.

면적은 전체 13만 1828㎡의 2.92% 수준인 3852㎡으로 조사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2012년쯤부터 보정동 일대가 개발된다는 소식이 있어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다 점차 사그라드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다 용인시가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너도나도 달려들어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할당량 채우기 위해 값싼 도로 매입…목적은 '대토보상'

그렇다면 이들은 왜 활용도가 떨어지는 도로를 매입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투기꾼들의 목적이 부지 개발이 아닌 '대토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토보상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가 현금 대신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로 플랫폼시티 사업의 경우 20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가 대상이 된다.

보상 기준인 200㎡를 채우기 위해 다른 토지보다 값싼 도로 부지가 투기꾼들의 먹이감이 된 것이다.

실제 이들이 매입한 도로 23필지 중 절반 가량이 공시지가와 비슷한 수준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공지시가의 80%에 거래된 도로도 있었다.

보상을 노린 도로 매입은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상임고문의 배우자인 김모씨는 이 상임고문이 국회의원이었던 지난 2019년 8월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동 434번지 등 도로 3개 필지(204㎡)를 7억원에 일괄 구매했다.

총 보유 면적이 90㎡가 넘으면 조합원의 분양신청 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을 노렸다.

이 상임고문은 "경기도에서 사는 것이 불편해 재개발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도로 부지를 매입한 것은 맞다"면서 목적이 보상이었음을 일부 시인한 바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발 이후에 도로가 확장되고 다른 용도로 변경돼 가치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매입 시점이 개발에 대한 정보가 나오기 전이라고 한다면 불법적인 투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용인시 관계자는 "현재 경기기주택도시공사 등과 자세한 보상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대토보상을 노리고 토지를 구매한 이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게 구청과 토지 매입 날짜, 거래량 등을 조사해 우선순위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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