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흥국생명은 많은 부침을 겪었다.
시작은 외국인 선수 교체였다. 지난해 12월 루시아가 어깨 부상으로 팀을 이탈한 뒤 결국 시즌 중 아웃됐다.
흥국생명은 우여곡절 끝에 브라질 출신의 라이트 공격수 브루나(22)를 영입했다. 하지만 브루나는 지난 1월 입국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팀 스케줄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합류 후에는 좀처럼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첫 5경기에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브루나는 리그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흥국생명에 위기는 다시 찾아왔다.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팀에서 빠지게 됐다. 브루나는 공격의 큰 부분을 책임져야 했다.
그러나 경기마다, 세트마다 기복을 보인 브루나는 흥국생명의 걱정 아닌 걱정이 됐다. 브루나가 터지면 승리하고, 주춤하면 패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지난 24일 IBK기업은행과 여자부 플레이오프(PO) 3차전도 걱정과 기대가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앞선 PO 2차전에서 김연경이 블로킹 중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서지만 브루나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팀의 공격이 힘들어 질 수 있었다.
경기 시작 후 브루나를 향한 걱정은 말끔히 사라졌다. 1세트 브루나는 7득점으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공격 성공률도 53.84%로 높았다. 평소 실책이 많았지만 1세트 단 2개에 그쳤다.
공격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강력한 백어택을 꽂은 브루나는 김연경을 도와 1세트를 13점 차로 따냈다.
수비도 헌신적이었다. 끝까지 공을 따라가며 살렸고 흥국생명은 이것을 공격으로 연결해 점수를 만들었다. 분위기를 탄 흥국생명은 브루나의 활약으로 공격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날 브루나는 14득점을 기록했고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큰 공헌을 했다. 승리를 이끈 것은 23득점으로 활약한 김연경이었지만 브루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경기 후 김연경은 취재진 인터뷰에서 이날 브루나의 보습에 대해 입을 뗐다. 그는 "브루나가 경기 전부터 의지가 남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브루나가) 다른 경기랑 다르게 선수단 미팅 때 (상대) '라자레바와 싸울 수 있으면 싸우겠다', '(경고) 카드를 받는다면 받겠다'고 했을 정도"라며 열정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브루나가 카드를 하나 받아도 열정적으로 액션 한다고 했었고 아니나 다를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브루나까지 살아난 흥국생명의 마지막 관문은 정규리그 우승팀인 GS칼텍스전이다. 흥국생명과 GS칼텍스는 오는 2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5판 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으로 격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