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2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신용 잔액(일반가정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액과 외상을 합한 금액)은 1726조 1000억으로 해마다 역대 최고액을 경신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한 분기 동안 증가폭이 44조 2000억에 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0%를 넘어섰고,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190%를 넘어 임계치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소극적인 금융정책이 이같은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민변은 "정부는 지난 2017년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전 금융권 여신관리 지표로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단계적·제한적 적용조치로 과잉대출 규제효과는 미미했고, 결국 큰 폭의 부채증가를 야기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차주가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소득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기관별 DSR 관리기준이 상이한 점 △차주별이 아니라 금융기관별 평균 DSR로 지표를 도입한 점 등을 정책상 허점으로 꼽았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평균 DSR을 40%로 관리할 경우 은행 측이 특정 차주에게는 80~90%의 높은 DSR을 적용하고, 다른 차주에게는 10~20%의 낮은 DSR로 대출을 해주는 방식의 '꼼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전세보증금, 전세자금대출 등 여러 부채항목을 DSR 산정에서 제외하면서,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 규제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 총부채에서 전세자금대출 원금, 전월세보증금반환채무를 제외한 것은 다주택자의 갭투자를 더욱 용이하게 하는 것이므로 DSR 규율의 전면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더욱이 주택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율이 평년 대비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정부는 지난해 11월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이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와 연소득 8천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이 1억원을 초과할 시에만 차주별 DSR을 적용하는 등 아주 제한적으로만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LH 등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에서 상호금융기관의 대출자금이 대거 동원된 것에서 보듯 대출규제는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반드시 취해져야 할 대책"이라며 "특히 제2금융권을 포괄하는 엄격한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호금융은 올해 말까지 평균 DSR을 160%로 유지토록 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의 평균 DSR은 평균 40%가 적용된다.
이들은 "정부는 4월 중 차주별 DSR 적용 대출범위 확대를 주요골자로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그러나 언론 등의 전망대로 대출규제 지역을 부분적으로만 확대하거나 규제적용 대상자를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 금액기준을 낮추는 수준으로만 확대할 경우 '핀셋규제' 논란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LH사태 이후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 역시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이나 이 역시 특정유형의 대출에 국한되는 부분적·제한적 적용만으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차주의 전체부채수준과 상환능력을 감안한 포괄적 규제만이 과잉대출에 따른 가계의 부실과 부동산 투기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