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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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법무법인 지혁 대표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 봅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탐정에서는 국제적인 사건을 가지고 오셨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국제, 외교 사건이면서 우리와 관련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바로 북한 이야기인데요.
◇ 김현정> 왜 갑자기 북한 이야기입니까?
◆ 손수호> 조금 전 합참이 북한의 발사체 발사 관련 이야기를 했는데요.
◇ 김현정> 지금 그 말씀하시는 중에 속보가 들어왔네요. 그 발사체는 탄도미사일 2발이다, 후속 보도가 들어왔습니다.
◆ 손수호> 항상 북한 관련된 문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죠. 최근 북한이 말레이시아에 국교 단절을 통보했어요. 그런데 국가 간 단교가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말레이시아가 문철명이라는 사람을 미국에 인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인데, 이 사건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김현정> 그동안 탐정에서 다루던 사건들하고는 오늘 좀 다른 사건인데, 저도 궁금하던 사건이어서 귀 기울여봐야 될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볼까요?
◆ 손수호> 최근 여러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보면요. 말레이시아가 미국에 인도한 북한 국적의 사업가 문철명이 현지 시각 3월 22일 워싱턴 DC에서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재판을 받는 거죠. 불법자금 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미국 법무부가 어제 문철명의 혐의와 신병 인도 경위를 설명하면서 문철명이 북한의 정찰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냥 평범한 사업가가 아니라는 거죠. 정찰총국의 어느 파트에서 어떤 일 했는지를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문제가 심각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북한 국적자가 미국에 인도된 게 처음이고 제3국 인물이 인도된 게 두 번째고요. 이렇게 매우 이례적인데요. 그래서 미국 언론 특성상 추가 보도가 잇따르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문철명 개인에 대한 얘기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요.
◇ 김현정> 왜 그럴까요?
◆ 손수호> 우선 미국 당국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고 언론이 이에 따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문철명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어요.
◇ 김현정> 아니,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시끌벅적하게 미국으로 데려갈 이유는 없잖아요?
◆ 손수호> 사실 문철명이라는 사람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문철명이 저지른 범죄가 개인이나 개별 기업 차원의 돈세탁이 아닌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고 저지른 조직적 활동이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커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문철명은 2019년 5월에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기소됐습니다. 그리고 2013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공범과 함께 미국 금융시스템에 은밀하고도 부정하게 접근해서 150만 달러 상당의 불법 자금세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 김현정> 미국 금융시스템에 은밀하고 부정하게 접근했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해킹했다는 겁니까?
◆ 손수호> 해킹은 아닙니다. 유령회사, 가명으로 개설된 은행계좌 등을 이용해서 북한과 연계된 사실을 숨기고 제재 위반행위에 대한 적발을 피했다는 건데요. 북한을 위한 거래라는 사실을 일부러 숨긴 다음 미국 은행들이 북한 기관에 이익이 되는 거래를 하도록 만들었다는 거죠.
◇ 김현정> 쉽게 말하면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거래를 했다, 이 말이네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떤 거래입니까?
◆ 손수호> FBI와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문 씨가 북한 정권을 대표해서 사업 활동을 하면서 북한으로 송금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싱가포르에서 금지된 사치품을 반출하는 등 물품이 북한으로 들어가도록 하고, 북한이 군용품 등을 제3국에 수출하는 데 관여했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런 행위는 바로 UN과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저는 되게 궁금한 게 사실은 제재가 이루어진 지 오래 됐어요. 북한으로는 사치품 못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보면 북한 고위층들은 여전히 샤넬 옷 입고 비싼 시계 차고 이러고 다니더라고요. 이거 어떻게 된 건가 했는데 문철명 같은 사람이 그런 짓한 거 아니냐라고 미국이 의심하는 거군요.
◆ 손수호> 이른바 해외에서 일하는 일꾼들인 거죠. 하지만 문철명은 진술서를 통해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 김현정> 나 그런 사람 아니다.
◆ 손수호> 그러면서 나는 ‘북핵 중단 압박을 위한 외교적 십자포화 사이에서 부당하게 붙잡힌 정치적 희생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나는 그냥 무역상이다. 북한으로 그런 거 판 적 없다, 억울하다 이런 얘기네요?
◆ 손수호> 하지만 미국 수사 당국은 몇 년에 걸쳐서 치밀하게 수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공소장을 보면 2015년 10월에 한 공모자가 문철명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외국은행들이 송금을 거부할 수 있으니까 이 거래 내역에서 ‘북한 남포항’이라는 지명을 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거든요. 그만큼 미국이 구체적인 증거들을 이미 여럿 확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연방법원은 2019년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신병 인도를 요청하자 문철명을 체포했어요. 그리고 그해 12월 미국 인도 승인 결정을 내려졌는데, 문철명이 불복해서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이번 달 초 최종 확정된 겁니다.
◆ 손수호> 그렇습니다. 우선 문철명은 미국으로 인도된 최초의 북한 국적자예요. 그 의미가 크죠. 그리고 또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은 문철명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잖아요. 하지만 만약 재판 과정에서 변심해서 입을 열면, 혹시라도 미국 측과 플리바게닝이 이루어진다면, 또는 북한 측에 배신감을 느껴서 입을 연다면, 북한이 그동안 제재를 피해 온 수법 등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비밀 거래를 파악하고 단속할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거든요.
◇ 김현정> 그러니까 17억 정도인 작은 좀도둑 이런 느낌이 아니라는 거네요?
◆ 손수호> 그래서 북한은 이 사건에서 현재까지 드러난 돈세탁 액수와 별개로 절대로 문철명을 미국에 보내면 안 된다고 주장해 온 거고, 그럼에도 인도되니 말레이시아와 국교 단절하고 보복 언급까지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번에 언급된 문철명뿐만 아니라 몰래 이런 식으로 자금 세탁하고 사치품 들여보내고 이런 사람들이 더 있다고 보는 거군요?
◆ 손수호>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특히 UN과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가 강화된 이후 북한이 동남아에서 해외 사업체를 통한 자금 세탁 활동을 해 왔거든요. 그중에서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여러 가지 불법행위와 제재 회피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7년 UN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글로컴이라는 회사가 북한의 해외금융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판 시스템스 평양’ 계획의 전초기지라고 지적했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말레이시아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그러니까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대였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국교단절하면 안 되잖아요.
◆ 손수호> 그런데 반대로 보면 그게 오히려 단교의 이유 중 하나입니다.
◇ 김현정> 왜죠?
◆ 손수호> 그만큼 그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행적들이 많은 거예요.
◇ 김현정> 거기에 뭐가 많이 남겨져 있어서, 루트가 많겠군요.
◆ 손수호> 그래서 문철명이 미국으로 인도되고 입을 열기 시작하면 드러날 게 너무 많은 겁니다. 간첩 조직도 한 명 체포되면 조직이 다 드러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결국 말레이시아나 동남아의 조직도 문철명 한 명이 인도됨으로써 다 드러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결국 북한은 상황이 더 커지기 전에 꼬리 자르고 철수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이제 앞으로 북한의 대외 활동에 타격은 있겠네요.
◆ 손수호>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특히 그동안 아세안 회원국들은 북한의 활동을 어느 정도 눈감아준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이번에 말레이시아는 강경하게 대응했거든요. 미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실제로 인도까지 했고요. 이런 게 다른 동남아국가들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물론 이 조치 하나로 북한의 활동이 다 억제되지는 않겠지만, 동남아에서 벌이던 북한의 외화벌이 활동이 위축될 수 있어 보입니다. 또 2020년 미 육군 북한전술교본에는 말레이시아와 함께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인도 등을 북한의 불법 사이버활동 무대로 지목했거든요. 그만큼 말레이시아 외에 다양한 나라에서도 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일단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대신할 만한 거점을 당장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어 보입니다.
◆ 손수호> 사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갑자기 나빠진 게 아니고요. 중요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2017년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
◇ 김현정> 아, 그게 말레이시아 공항이었죠?
◆ 손수호> 쿠알라룸푸르 공항이었어요.
◇ 김현정> 맞아요.
◆ 손수호> 이때부터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악화됐고요. 실제로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의 운영도 중단됐습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는 이미 북한과의 관계가 이렇게 됐으니 미국 요청을 받아들여서 북한 제재 회피 활동의 핵심이라는 오명을 벗자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외교 관계 단절을 통보하니까 말레이시아가 곧바로 북한 외교관에게 48시간 내에 말레이시아 떠나라고 했어요.
◇ 김현정> 추방.
◆ 손수호> 출국 요청을 했어요. 외교의 특성상 이미 오래전 모든 검토를 마치고 시나리오 짜놓고 대비했겠지만, 말레이시아는 적어도 더 이상 북한과의 관계에 미련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북한, 말레이시아, 미국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지금 소개해 드렸는데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된 부분들이 있겠죠. 어떤 부분 봐야 돼요?
◆ 손수호>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이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고 대북 제재를 더 실효성 있게 강하게 이행한다면 북한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커질 겁니다. 북미관계가 경색될 수 있어 보여요.
◇ 김현정> 그렇겠네요.
◆ 손수호> 특히 우리나라는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여러 지원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고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북 제재와 북한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해진다면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겠죠. 그렇다면 우리와 북한의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걱정이 됩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이 실제로 많이 어려운 거예요?
◆ 손수호> 실제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보도들이 있죠. 2017년부터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어려움이 더욱 커졌는데요. 그래도 그동안 중국이 북한 수출품들을 사줬지만, 최근 예전에 비해 덜 사주면서 외화 부족이 심각해졌고.
◇ 김현정> 그 다음에 코로나 때문에 국경봉쇄.
◆ 손수호> 네. 사실상의 국경봉쇄죠. 북한의 무역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어요. 그로 인해 북한 당국의 인민들에 대한 통제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비공식적인 ‘장마당’을 통해 북한 주민이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일단 현재 경제가 굉장히 어려운 건 사실이죠.
◇ 김현정> 문철명 미국 인도 사건, 단순한 사건이 아니네요. 지금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뭐라고 보세요?
◆ 손수호> 사실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아요. 미국 정권 바뀐 지 얼마 안 됐고요. 또 북한도 아직 어느 정도는 분위기 파악 중인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우리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남북미 대화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사실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이 현재 중국 견제에 주력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남북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서 북한이 중국에 밀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해야 하겠죠.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요.
◇ 김현정> 그래요. 오늘은 탐정 손수호보다 탐정 김준형, 탐정 정세현 같은 분위기로 이 사건을 깊이 있게 다뤄봤습니다.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