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NH농협은행의 지난해는 최강의 명성이 다소 흔들렸다. 제 41회 회장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에서 9년 연속 우승이 무산되는 등 단체전에서 무관에 그쳤다. 회장기와 동아일보기 모두 4관왕에 올랐던 2019년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은 올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올해 첫 대회에서 그토록 바랐던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 등 3관왕을 달성했다. 지난주 전북 순창에서 막을 내린 제 42회 회장기 전국 대회다.
NH농협은행은 단체전에서 난적 DGB대구은행을 넘고 2년 만의 정상을 탈환했다. 여기에 국가대표 에이스 문혜경이 복식과 혼합 복식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문혜경은 에이스의 건재를 과시했다. 2년 전 2개 대회 4관왕의 명성을 확인했다. 여기에 단체전에서 국가대표 이민선과 2년차 이정운이 결승에서 맹활약했다.
유 감독은 "사실 지난해 성적도 그렇고,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백설이 주장을 맡아 후배들을 잘 이끌면서 올해 첫 대회부터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치가 없는 상황에서 백설이 그 역할까지 해주는 등 존재감이 컸다"고 귀띔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김동훈 코치가 개인 사정으로 팀을 떠나는 변수가 발생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하반기에 대회가 몰린 상황에서 코치의 부재는 악재가 될 수 있었다. 단체전 무관의 한 원인이 됐을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백설이 지난해 은퇴한 나다솜의 뒤를 이어 주장의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백설은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상반기 대회가 없어 실전 감각도 떨어졌고, (코치 부재 등으로) 심적으로도 흔들렸다"고 돌아봤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주장이 돼서 부담도 있었다"면서 "실업 7년차인데 코치님이 없는 시즌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첫 대회에서 3관왕을 이뤄냈다. 백설은 "지난해 단체전 우승이 없어서 너무 간절했다"면서 "후배들이 너무 잘 따라와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주장 되고 첫 대회에서 우승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좋았다"면서 "또 권준학 은행장님이 지원도 많이 해주시는데 NH농협은행의 자부심을 되찾아 좋았다"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다행히 후배들이 잘 따라줬다. 특히 바로 밑인 1년 후배인 문혜경의 역할이 컸다. 백설은 "아무래도 내가 감독님을 보필해야 할 상황이 생기는데 그럴 때 혜경이가 후배들을 잘 다독이면서 이끌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이어 "이번 대회 4강전에서도 (김)홍주가 역할을 해줬는데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이제 백설도 어느덧 고참이 됐다. 선수 개인으로서 마지막 목표가 생겼다. 백설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일본에 지면서 단체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서 "내년에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열리는데 다시 태극 마크에 도전해서 우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다만 역시 주장은 주장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백설은 "기사에 꼭 써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바로 후배들의 이름을 모두 넣어달라는 것. 국가대표 등 간판 선수들 외에도 함께 땀 흘리는 선수들을 알리고 싶은 공주처럼 예쁜 마음이다. NH농협은행은 주장 백설 이하 문혜경, 지금은 주무를 맡는 박지해를 포함해 이민선, 한수빈, 김홍주, 이정운, 임진아가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