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고장난줄" 앱 먹통 만든 구글…손아귀서 손해배상도 못받는 한국

방통위 "무료서비스, 전기통신사업법 손배 예외조항 가능성"
과기부 "'네트워크 품질관리 의무' 넷플릭스법 대상 아닐 듯"
오류 났다 하면 대형사고…구글에 장악된 한국 인터넷 생태계
구글코리아, 7시간 손놓고 있다가 "데스크톱·웹에서 쓰라" 공지…이용자 빈축

연합뉴스
23일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일부 앱 실행이 중단되는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구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유튜브 장애가 잇따른 데 이어 또다시 구글 먹통 사태가 반복되자 이용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른 주요 국가 대비 구글의 점유율이 유독 높아 한 번 사고가 나면 그 파급력 또한 차원이 다르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대를 맞으면서 '구글의 모바일 생태계'는 더욱 커졌고 그 장악력은 또다시 입증된 셈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손배 예외조항 가능성…품질관리 의무 "넷플릭스법 대상 아닐 듯"

이날 오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앱 실행 시 '앱을 중지했습니다'라는 알림창이 뜨면서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카카오톡 메신저부터 네이버, 은행앱 등을 실행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구글은 뒤늦게 최근 업데이트한 시스템 앱 '웹뷰'가 기존 앱과 충돌한 데 따른 장애로 보고, 오류를 수정하고 관련 사실을 공지했다. 웹뷰는 안드로이드에서 웹 콘텐츠를 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앱이다. 구글이 오후 들어 업데이트가 배포되기까지 국내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앱 먹통 사태를 전기통신사업법 33조 2항의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다.

해당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이 중단된 경우 이용자에게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이 중단된 사실과 손해배상의 기준·절차 등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장애가 서비스가 아닌 운영체제의 문제일 가능성과 관련해 방통위는 "정확한 상황은 파악 중이지만 어떤 경우든 전기통신역무, 즉 서비스의 제공이 중단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구글에 대해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해당 법 시행령의 예외조항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용요금이 없는 무료 서비스에 대해선 전기통신사업법 33조 2항의 예외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글 안드로이드 역시 무료 운영체제로서 이 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다른 사항에 대해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아직 적용할 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단말에 적용된 소프트웨어 문제지만 제품의 하자 같은 측면도 있다"며 "해당 문제에 대한 법 조항 및 해석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일단 지난해 처음 시행된 이른바 '넷플릭스법', 즉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 가능성은 작다고 과기정통부는 보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 안정화법 또는 넷플릭스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은 주요 부가통신서비스 사업자에 대해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와 함께,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국내 영업소가 없는 사업자에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를 부과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당 법은 네트워크 품질 관리 의무에 대한 것으로, 현재로선 이번 문제가 이 조항의 직접적 적용 대상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번 소비자 피해에 대해 어떤 법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구글플레이 캡처
◇국민4명 중 3명 구글 안드로이드 이용…작년 12월 유튜브 장애 때도 일상 마비

스탯카운터가 집계한 올해 2월 기준 국내 모바일 운영체제(OS) 점유율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는 73.24%로, 애플 iOS(26.38%)를 크게 앞선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은 iOS 비율이 60.75%, 일본은 65%로 우리나라와는 반대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거의 모든 것이 모바일에서 이뤄지는 요즘 국민 4명 중 3명은 구글이 만든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번처럼 오류가 발생한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작년 12월에도 유튜브를 위시한 구글의 여러 서비스가 한때 장애를 일으키면서 국내 이용자의 '비대면 일상'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당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바깥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유튜브가 먹통이 되자 국내 이용자의 원성이 빗발쳤다.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일어난 당시 장애에서는 유튜브뿐 아니라 메일·캘린더·클라우드 등 구글의 여러 업무용 서비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에러를 일으키며 더욱 광범위한 피해가 일어났다.

구글 계정으로 접속하는 소셜 로그인 기능도 마비돼 이 기능을 이용하는 일부 서비스도 피해를 봤다.

이처럼 한국에서 구글의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국내 지사의 대응은 이용자의 빈축을 사는 수준이다.

구글코리아는 이날 장애가 발생 후 7시간 동안 해결책은커녕 별다른 알림조차 없었다. 그동안 이용자들은 '민간요법'으로 응급조치를 해야 했다.

비로소 올린 공지 내용 또한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해당 앱의 데스크톱 웹 환경에서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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