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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신도시 저리가라"…'투기판 된 알짜' 용인 플랫폼시티 (계속) |
지금까지 알려진 이른바 '쪼개기 매입' 수법을 넘어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갓 돌이 지난 손주에게 땅을 증여하거나 공시지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땅을 매입하는 '다운 계약' 등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세금 빼돌리기 정황도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부 주도 개발사업에 집중된 경찰의 수사를 또 다른 '투기 종합판'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자체 개발사업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시티 토지거래량, 인천 계양신도시의 4배 수준
CBS노컷뉴스는 경기도와 용인시 등이 추진한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사업(이하 플랫폼시티 사업)'과 관련한 개발 부지 내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 분석했다.
이 사업은 올해 초 사업부지가 발표되는 등 비교적 최근 추진된 개발사업이다. 사업 규모나 내용 면에서 수도권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용인 기흥구를 주 개발지역으로 두고 있어 전문 투기 세력이 활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18년부터 최근까지 플랫폼시티 사업 부지에서 이뤄진 토지거래 현황을 보면, 이 기간에 거래된 토지는 120여필지(중복 포함)에 이른다. 이는 토지주 사망에 따른 상속 등 자연적인 토지 거래를 제외한 수치다.
같은 기간 토지 거래자는 420여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필지 1곳당 3~4명이 토지 거래를 한 셈이다. 거래 면적은 16만㎡에 달했다.
앞서 CBS노컷뉴스가 분석한 인천 계양 신도시 개발부지 토지 거래내역 자료와 비교하면 플랫폼시티 사업 부지에서 더욱 활발한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기간 인천 계양신도시의 토지 거래 실적은 거래 면적 13만㎡, 토지 거래자 수 108명 수준이었다.
플랫폼 시티 내 토지 거래자의 80%(340여명)는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6월부터 사업지구 지정 공람 기간인 지난해 6월 사이에 개발부지를 사들였다. 즉 해당 사업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당선되고 사업을 구체화 시키는 시기에 땅을 매입한 것이다.
관련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한국부동산원이 플랫폼시티가 들어설 용인시 기흥구 일대의 최근 10년간(2011~2020년) 토지거래 추이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토지거래량이 2만 7천428필지로 가장 많았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GTX-A 용인역 건설이 확정된 2013년 거래량 1만4천730필지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정동 종교용지에도 알짜배기 투기…15명 저렴하게 공동매입
4천309㎡ 면적인 이 땅은 부동산 거래를 통해 1천㎡씩 네 곳으로 나뉘었다. 1필지에 3~6명이 공동매입했다. 토지 거래자의 거주지도 서울 서초‧서대문‧용산, 경기 수원‧고양‧부천‧안양, 인천 서구, 충북 충주, 울산 동구 등 제각각이다.
이 거래가 알짜배기 투기로 분류되는 건 낮은 공시지가 때문이다. 매입 당시 이 땅의 평균 공시지가는 ㎡당 15만 원 수준이었다. 이들은 이 땅을 공시지가의 2배인 30만원대에 매입했다. 이 땅의 바로 옆 도로의 공시지가는 30만 원, 논‧밭은 60만 원 수준이다.
대체로 개발에 따른 토지 보상이 공시지가보다 '시세'에 맞춰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입가격 대비 보상비의 차익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매매 시점에 보면 당시 종교용지는 분리과세 대상이었기 때문에 세금 면제 혜택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해당 부지가 주거지역에 포함될 경우, 주택개발 이후 입주권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주거지역을 개발할 때 원주민의 소유지가 1천㎡를 넘으면 입주권을 지급한다. 즉 낮은 매입가에 세제 혜택과 입주권 확보 등 다양한 이익이 예상된다.
이에 더해 이들은 매입가 14억 2천만 원 가운데 절반인 6억 7천만 원은 은행담보 대출로 충당했다. 은행 이자를 감안해도 실제 매입가격은 거래가격 대비 절반 수준이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 역시 이 거래에 대해 "향후 개발지 수용 과정에서 분양권, 소위 딱지로 활용될 수 있는 대토보상권을 신청할 자격을 갖추기 위해 땅을 쪼개서 매입한 전형적인 투기수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두 살 배기에게 임야 증여‧다운 계약 거래 정황도
투기 목적으로 땅을 매입한 뒤 자녀와 손주들에게 증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거래도 있었다. 땅을 나눠 받은 양수자 중에는 갓 돌을 지난 두 살 배기도 있다.
용인 기흥구에 사는 60대 A씨는 플랫폼시티 사업의 법정 계획에 해당하는 '2035 용인도시기본계획'이 승인되기 반 년 전인 2018년 2월 인근의 임야 3필지 2천여㎡를 공시지가의 4배 수준인 9억 5천만 원에 매입했다.
은행에서 5억 8천500만원을 담보 대출 받은 A씨는 이 땅을 '플랫폼 시티 사업 계획' 발표 한 달 전인 지난해 6월 자신을 포함한 9명에게 200~300㎡씩 나눠 양도했다. A씨로부터 땅을 나눠 받은 사람은 모두 같은 성씨로 주거지와 연령대로 미뤄 일가족으로 추정된다. 토지 양수인에는 8살, 5살, 4살, 2살 아이가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해당 거래가 지가 상승이나 개발에 따른 보상의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 거래로, 토지 매입 시기에 비춰보면 당시 확실한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지분을 쪼갠 규격도 '대토 보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현재 A씨가 매입한 임야 등 자연녹지에 해당하는 토지는 200㎡를 넘으면 대토 보상이 가능하다. 대토보상은 택지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택지를 조성할 때 일정면적의 토지를 가진 소유자에게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다. 소유주는 감정가격만큼 새로운 땅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A씨의 거래와 지분 양도를 상속세 부담 등을 비켜가기 위한 편법 증여로 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취득세 등을 낮추기 위한 '다운 계약' 수법도 드러났다. 용인에 사는 20대 B씨는 지방선거가 한창이었던 2018년 6월 초 기흥구의 한 농지 98㎡를 3천만원에 매입했다. 당시 B씨의 매입가는 공시지가의 절반 수준이었다.
2년 뒤 B씨는 이 땅을 경기도 화성에 사는 50대 C씨에게 2천5백만원에 매각했다. 전문가들은 이 거래를 매우 이례적이어서 '다운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매입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은 데다 매도가는 그보다 더 낮아 B씨 입장에서는 손해가 큰 거래이기 때문이다.
한 토지보상 전문가는 "실제 가격보다 낮게 계약했다면 판 사람은 양도세를, 산 사람은 취득세를 낮출 수 있어 절세효과가 있다"며 "부지 규모는 작지만 개발과정에선 토지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 주도 개발, 투명성 부족해 투기 위험 높아"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의 경우 관리·감독 체계가 정부 사업에 비해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며 투기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김성달 국장은 "지자체 주도 사업은 정부사업에 비해 투명성이 부족한 편"이라며 "감시체계가 느슨하고 공무원이나 지역에 뿌리를 둔 토호세력들의 유착관계도 심해 투기 우려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공개발에 투기가 개입되는 근본 원인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민간에 맡기거나 땅의 가치 상승을 초래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정보를 잘 아는 공무원, 건설업자, 투기세력이 불로소득을 취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용인 플랫폼시티는 GTX-A 용인역(2024년 개통 목표) 일대 275만 7천100여㎡에 6조 2천851억원을 들여 첨단산업단지와 상업·주거시설 등을 갖춘 경제자족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용인시와 경기도, 경기주택도시공사, 용인도시공사가 공동 추진한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신갈분기점(JC)에 위치해 있고, GTX-A 개통과도 맞물려 서울 강남권과 접근성이 높은 교통 요지로 손꼽힌다. 올해 본격적인 토지 보상과 개발계획 수립에 들어간 뒤 내년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오는 2023년쯤 첫 삽을 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