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미생' '타인은 지옥이다' 등 장르를 막론하고 임시완은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평범하게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청춘의 성장과 그들을 향한 위로를 담은 '런 온'의 육상선수 기선겸 역도 마찬가지였다.
변화는 있었다. 이전까지 잘 다듬은 예리함이 임시완을 돋보이게 했다면 이번에는 이를 둥글게 깎아낸 현실적 접근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느껴지는 대로 작품에 임했다'는 그의 말처럼 오히려 한 템포 여유를 갖추자 공감대가 두텁게 쌓였다.
'런 온' 이후에도 임시완의 일상은 변함없이 바쁘다. 리얼리티 예능 '바퀴 달린 집2'를 통해 생활감 넘치는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영화 촬영 또한 계속 이어진다. 이대로 만족하거나 망설이는 순간 없이 그는 움직이기를 멈추지 않는다. 임시완의 도전과 여정이 어디까지 계속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언제 어디서나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달리기를 계속할 것임은 확실하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임시완과의 일문일답.
▷ '런 온'이 본인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 '런 온'은 좋은 사람들이 모여 열심히 임한 작품이다. 그 소중한 마음들을 느끼고 시청자분들과 공감하는 것만 해도 저에게 뜻깊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되는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다.
▷ '타인은 지옥이다' 이후 굉장히 톤이 다른 본격적인 힐링 로맨스였는데 자신의 로맨스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설레는 포인트를 잘 잡아냈다는 생각이 드는지
- 로맨스 연기는 이번 드라마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는데, 사랑이란 단어가 주는 여러 감정들을 작품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극 중 인물을 위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사랑을 할 때 오는 호르몬들이 작용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점수를 매기기보다는 느껴지는 대로 작품에 임했던 것 같다. 세경이가 만든 '미주' 캐릭터의 공이 큰 것 같다. '미주'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이지 않나.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했는데 그 부분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 이번 드라마는 연기적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했는데, 세경이가 고맙게도 잘 받아 줬다. 그래서 제가 어떤 걸 해도 잘 받아주겠다는 믿음이 초반부터 빨리 생긴 것 같다. 덕분에 정서적으로도 많이 편했다. 그게 아마 드라마로 고스란히 잘 전달된 것 같아서 케미가 돋보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미주와 사랑에 빠지기 전 극 초반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세경이와는 많이 친해져서 연기적으로 정서적 거리감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 부분이 오히려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다. 미주를 연기한 세경이와 '어떻게 하면 더 케미를 살릴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 임시완의 로맨스에 목말랐던 팬들에게는 충족되는 시간이었을텐데, '제국의 아이들' 멤버들이나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땠나. 워낙 친하니 작품 관련 이야기도 나눴을 듯 하다
- 멤버들은 워낙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제 작품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런 온'은 다들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해줬다. 가족들이나 다른 주변 지인들은 제 예상보다 열렬히 반응해 줘서 놀랐다. 다들 제 작품 선택을 늘 응원해 줬지만 내심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기대했나 보다. 이렇게 열렬히 팬심으로 좋아해 주시니 앞으로도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에 많은 도전을 해야 할 것 같다.
▷ tvN '바퀴 달린 집2'에 출연 예정이다. 리얼리티 여행 관찰 예능인데 출연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면? 그간 고정 예능 출연은 많이 없었던지라 연기 외에 소통 차원이었는지 궁금하다
- '바퀴 달린 집'은 김희원 선배님과 친했던 터라 '이번에 형 바퀴 달린 집 촬영하러 가면, 어차피 형도 있고 (여)진구도 있으니 나도 가면 안 돼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던진 말이 화근이 됐다. 진짜로 성사될지 몰랐지만 갈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신나고 설렌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국에 시청자분들이 기분 전환하실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시청자분들이 조금이라도 대리만족과 함께 답답함을 해소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 진구가 같이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 가는 게 내심 아쉽다.
- 여러 캐릭터를 거친 것도 많은 도움이 됐겠지만, 작품과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덕이 큰 것 같다. 착하고 의식 있고 실력 있는 분들이 정말 많지 않나. 그분들을 보면서 배우고 따라가야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 영화 '비상선언'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가 화보 촬영에서 '훌륭한 동료들'이란 칭찬을 했더라. 물론 코로나 변수가 있지만, 간만에 선배들이랑 영화 작업을 했고 그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것 같다
- 언제나 그렇듯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을 하는 건 큰 귀감이 되는 것 같다. 작품은 너무도 훌륭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워낙 대단한 선배님들과 작업을 했기 때문에 혹여 제 연기가 부족해 보이진 않을지 걱정된다.
▷ 코로나19로 인해 일상도 많이 바뀌었을텐데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신세경도 그렇고 최근 많은 연예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팬들과 자주 소통하는데 쉬면서 이런 콘텐츠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으니 저도 많이 지치고 심적으로 '다운'되는 것 같다. 요즘은 집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다가 요리에 취미를 가지기도 하고 마스크 착용하고 계단 걷기를 자주 하고 있다. 확실히 자주 움직이는 것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유튜브 등은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런데 워낙 제가 그런 쪽으로 문외한이라 유튜브를 하게 되더라도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인스타그램도 평생 안 할 줄 알았는데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뒤늦게 개설하게 됐다.
▷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배우로서 자리를 잘 잡은 것을 넘어 임시완만의 색깔을 갖춰 가고 있는 시기라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과 본인이 생각했을 때 삶에서 이뤄가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 가장 가깝게는 '바퀴 달린 집2'로 인사드리게 될 것 같다. 영화 '스마트폰' 촬영도 앞두고 있다. 나이에 국한되지 않고 끊임없이 제 자신이 성장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는 궁극적으로 많은 분들이 제 다음 작품과 다음 연기에 대해서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