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김종대>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당연한 외침이 4000만 원이 넘는 벌금고지서로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장애인들을 대변해 인권운동을 벌인 활동가들에게 닥친 일입니다.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이 이들이 택한 건 벌금을 대신한 자진 노역형이라고 하는데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직접 노역형을 택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님 모시고 직접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경석> 반갑습니다.
◇ 김종대> 오시는 길 불편하지 않으셨습니까?
◆ 박경석> 장애인 콜택시 타고 왔어요.
◇ 김종대> 그러시구나.
◆ 박경석> 그것도 저희가 이렇게 2004년도에 만들어진 특별교통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 김종대> 직접 쟁취해서 이용하고 계시구나. 벌금 총합이 4000만 원이 넘는다.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 박경석> 4명의 벌금인데.
◇ 김종대> 4명.
◆ 박경석> 저는 가장 많아요. 1150만 원이고 그래서 이형숙 대표님 그리고 또 권달주 대표님 그리고 또 최용기 대표님 이렇게 합치니까 그분들이 지금 차압, 그 당시에 차압 당하고 막 그런 돈이 그 정도인데요. 주로 이제 도로교통법 위반, 집시법 위반. 이런 것이고 주제는 뭐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 장애인의 예산을 좀 더 이제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말로만 하지 말고 예산도 좀 집어넣고 이미 헌법적으로 권리로 보장돼 있는 내용들을 립서비스만 하지 마세요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서, 요구하면서 이제 벌과금이 떨어진 겁니다.
◇ 김종대> 그동안 여러 차례 일어났던 벌금형 받으셨을 것 같은데. 총 전과가 몇 범이세요?
◆ 박경석> 제가 조금 많아요. 27범이에요.
◇ 김종대> 27범이요? 그렇게 많습니까?
◆ 박경석> 2001년도부터.
◇ 김종대> 그만큼 열심히 싸우셨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면 지금까지 총 받은 벌금 얼마나 됩니까?
◆ 박경석> 개인적으로는 한 1억이 넘을 거예요.
◇ 김종대> 아휴, 엄청나게 물으셨네.
◆ 박경석> 그런데 이제 제가 개인으로만 싸우는 게 아니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런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름이 길다 보니까 전국장애인철폐연대라고 많이 하더라고요.
◇ 김종대> 줄여서 전장련이라고.
◆ 박경석> 전장련인데. 대한민국 사회는 장애인을 철폐하려고 하는 건지 차별을 철폐하려고 하는 건지 권리 문제, 인권의 문제인데 장애인을 철폐하려는 사회가 아니라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이런 여러 가지의 주제들을 가지고 싸워왔습니다.
◇ 김종대> 그러면 최근에 받은 벌금 약 한 1100만 원 되신다고 했는데 이것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벌어진 겁니까?
◆ 박경석> 제가 약식명령서 갖고 왔거든요. 보니까 벌금 500만 원인데 여기 한 건이에요. 하나의 사건인데 이것이 쭉 보면 3가지 사건으로 연결돼 있어요. 종로경찰서에서 이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세상을 위한 행진이라고 해서 행진을 했거든요. 행진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 늦게 갔다고 이제 도로교통법 위반, 이렇게 해서.
◇ 김종대> 그럼 행렬에서 좀 뒤처졌다 이겁니다.
◆ 박경석> 뒤처진 게 아니라 속도를 늦췄다.
◇ 김종대> 장애인이 어떻게 빨리 갑니까?
◆ 박경석> 그렇죠. 장애인의 속도다. 이렇게 하니까 왜 빨리 안 가냐고 막 그러면서 클랙슨도 울리고 이렇게 했던 이제 도로교통법에 대한 문제인데요. 세상을 가만히 보니까 장애인을 배제하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이동할 권리조차도 보장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장애인을 수십 년 동안 가둬왔는데 그 장애인의 속도로 좀 간다고, 조금 늦는다고 이렇게 너무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의 문제들을 가지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도로에 조금 정체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지속적으로 벌금을 때리고 있습니다.
◇ 김종대> 경찰이 그런 과정도 이렇게 좀 융통성 있게 봐줄 유연성이 없나요?
◆ 박경석> 유연성은 이곳에 없고요. 자신들의 기득권에 대해서는 유연성이 되게 많더라고요.
◇ 김종대> 이것도 선택적 유연성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박경석> 그렇죠.
◇ 김종대> 그런데 벌금형을 받으셨어요. 이번에 네 분이 받으셨다고 약 40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노역으로 대신하겠다. 벌금 못 물겠다.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이야기하신 겁니까?
◆ 박경석> 4명에 대해서 4400만 원 정도를 냈어요. 4명 다 이제 차압 다 들어왔고 어떤 분들은 차량도.
◇ 김종대> 차량.
◆ 박경석> 차량도 차압, 압류 뭐 이렇게 하니까 일단 그걸 내야 하는데 낼 돈이 없지 않습니까? 내고 싶어도 못 내는 거고, 현실적으로는. 두 번째는 낼 마음도 없어요. 왜냐하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이걸 어떻게 낼 수 있는 형편도 안 되고 이걸 왜 내야 하는가 정말 벌금을 내야 할 사람은 저는 국가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들한테 국가가 벌금을 내야 된다라고 생각해요. 왜 권리를 지키지 않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본적인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책임들을 누가 져야 합니까? 저는 이제 이 사회와 국가, 지방자치단체들이 책임져야 된다. 이 책임지지 않는 벌금을 그들의 책임을 왜 우리가 대신 내야 하느냐. 그런 마음으로.
◇ 김종대> 그러면 벌금을 안 낼 경우에는 이제 노역으로 대신한다. 징역으로 대신 하는 거죠. 그러면 하루에?
◆ 박경석> 10만 원.
◇ 김종대> 하루에 10만 원씩 감해지는 겁니까? 벌금에 대해서.
◆ 박경석> 1000만 원 치면 100일 있어야 되죠.
◇ 김종대> 100일을 있어야 돼요.
◆ 박경석> 네네.
◇ 김종대> 그래서 구치소로 가신 거죠?
◆ 박경석> 네.
◇ 김종대> 가셔서 이제는 노역장에 들어가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실제로는 어땠습니까?
◆ 박경석> 이제 지금 코로나 상황이라 들어가면 무조건 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1인 격리실로 다 2주간 하고 그 다음에 또 한대요.
◇ 김종대> 최근에 구치소의 확진자.
◆ 박경석> 코로나 때문에 아주 엄격하더라고요, 지금은. 그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그전에는 제가 경험은 가서 이제 독방에 있다가 들어가면 바로 거기 있다가 다시 배치시키고 하는데요. 지금은 저희들은 이제 바로 독방에 들어갔고 1:1로 다 격리시키더라고요.
◇ 김종대> 노역보다는 격리가 더 시급했던 상황에 들어가셨어요.
◆ 박경석> 그렇죠.
◇ 김종대> 장애인의 구치소 생활 어떨까요. 여러 가지 불편하신 점이 많았을 건데.
◆ 박경석> 사람이 가장 중요한 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신변 처리거든요.
◇ 김종대> 신변 처리.
◆ 박경석> 신변 처리. 이런 방송용으로 맞는지 모르겠지만 소변, 대변 가리고 이런 거거든요. 이 신변 처리가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저희 휠체어 탄 장애인, 저 같은 경우에는.
◇ 김종대> 화장실은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나요?
◆ 박경석> 접근이 안 돼요. 수세식인데 접근 자체가 안 되고 휠체어 타고. 제가 그래서 기어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그래서 화장실은 접근이 안 되고 씻는 것도 접근이 안 되고 그리고 저와 같은 저는 척추장애인 하반신 장애인인데 욕창이 생기고 같이 갔던 최용기 대표님은 저는 이제 손이라도 쓰니까 조금 억지로라도 했는데 그분은 목뼈를 다쳤어요.
그러니까 완전 사지마비예요. 그냥 놔두는 것 자체가 위험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제 들어갈 때 모든 걸 다 감수하고 들어가야 되거든요. 하나하나가 모든 게 다 정말 치욕스러울 만큼 이런 과정들이 있었고. 그리고 들어가서는 또 방치되는 이런 것들이 비장애인들이 노역을 살고 구치소 생활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접근들이 필요한데 거기도 적어도 어떤 죄를 지었든지간에 거기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이 돼야 하는데 이런 감수성도 없고 그런 물리적 환경도 없으니까 이걸 통째로 견뎌야 했죠.
◇ 김종대> 갈수록 첩첩산중인데요. 이런 어떤 구치소에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불편하고 고난의 길이라는 거 아셨을 텐데도 들어가셨어요.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일어납니다. 사흘밖에 구치소에 안 계셨어요. 이거 어떻게 된 일입니까? 그냥 풀어줄 리는 없었을 거고.
◆ 박경석> 그렇죠. 우리가 너무 이제 벌금보다 양심을 선택하겠다. 벌금보다 권리를 찾겠다 그러면서 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렇게 좀 알렸어요. 왜 가야.
◇ 김종대> 왜 구치소에 가야 되는지.
◆ 박경석> 그리고 또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문제들까지 이렇게까지 국가가 해야 되느냐. 검찰이 또 이렇게 해야 되느냐에 대한 것들 좀 알리면서 갔는데 저는 그래도 한 20일 정도 이 정도 고민을 하고 들어갔거든요. 그런데 하루 지나고 이틀 딱 되니까 저희 금액을 모두가 다 시민들이 조금씩 모아줘서.
◇ 김종대> 순식간에 4000만 원.
◆ 박경석> 순식간에 4000만 원이 돼버려서 이틀 만에 다 모아져버렸어요.
◇ 김종대> 24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요. 그래서 그 돈으로 벌금을 납부한 거군요.
◆ 박경석>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 김종대>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 박경석> 고맙고 일단 외롭지 않았고. 저희가 주장하는 것이 너무나 정당한 권리다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 김종대> 시민들이 다 듣고 계셨어요. 마음속으로 같이 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요구하시는 게 장애인 이동권이에요. 지난달이죠. 2월 10일 명동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하셨네요. 그런데 시민들은 굉장히 이걸로 인해서 불편했단 말이죠. 좀 다른 방식으로 하지 또 출퇴근 바쁜데 이러면서 시민들을 굉장히 원망의 목소리도 많았었죠.
◆ 박경석> 많이 들었죠.
◇ 김종대> 어떻게 답변하시겠습니까?
◆ 박경석> 이때 이제 좀 연착이, 지하철을 탔다가 내렸다, 이렇게 저희가 연착을 좀 했어요. 그랬더니 1시간 만에 저희 사무실에 한 500통 가까이의 항의전화가 왔더라고요.
◇ 김종대> 그렇군요.
◆ 박경석> 나중에는 받지를 못했다라고 그랬더라고요. 하여튼 뭐 모든 욕과 비난과 이런 것도 들었지만 또 많은 분들이 이해한다 그리고 이것들의 책임은 이거는 지하철 문제니까 서울시에게 있다. 그리고 서울시가 이미 2018년도에 서울시의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선언을 했어요. 이 선언을 하나 만드는 데도 1년이 걸렸거든요. 그렇게 1년을 논의하고 1년을 협의하고 예산 문제까지 다해서 2022년도까지 내년도죠.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100% 1동선이라고 하거든요.
◇ 김종대> 1동선.
◆ 박경석> 1동선이라는 말은 지하철 승강장에서부터 지상에서부터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로 다 연결하는 거거든요. 이제.
◇ 김종대> 한 번에.
◆ 박경석> 내려왔다가. 한 번은 아니고 내려왔다가 다시 개찰구 지나고 다시 내려가고 환승장이 있고 이런 것들을 다 하기로 이미 2022년도까지 하기로 했어요, 이제 선언에. 그런데 이게 2001년도부터 이야기한 거거든요. 지금 2021년도지 않습니까? 20년을 외쳤거든요. 그 당시 2001년도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전 시장이었을 때예요.
◇ 김종대> 맞습니다.
◆ 박경석> 그때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서 죽었거든요. 사망 사건이 계속 일어납니다. 심지어는 2018년도에도 또 일어났고요.
◇ 김종대> 리프트가 상당히 위험한.
◆ 박경석> 아주 위험하죠. 그래서 저희는 그것을 살인 기계라고 해요.
◇ 김종대> 살인 기계.
◆ 박경석>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다쳐 죽는데 이걸 대중교통 공간에다가 이렇게 집어넣느냐라고 해서 그러니까 너희들이 장애인 보고 너희들이 실수해서 그런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수도 한두 번이지.
◇ 김종대> 자꾸 반복되다 보면 구조적인 문제.
◆ 박경석> 그래서 이건 인권위, 국가인권위에서도 이것이 위험하다고 철거하라고 했어요, 이미. 그런 수없는 경고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도까지 이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없다라는 이유로 왜 약속을 안 지키느냐 하는 겁니다. 특히 휠체어 탄 중증 장애인들이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약속을 안 지켜서 저희가 좀 했거든요.
◇ 김종대> 일단은 약속만 지키면 이런 일 할 필요 없는 거잖아요. 지금이 또 좋은 기회다라는 것은 바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임박한 겁니다. 후보가 오늘 다 결정이 됐어요. 그러면 이분들 향해서 장애인 유권자로서 뭔가 바라는 것 강력히 전달하셔야 돼요.
◆ 박경석> 저희가 가짜 정당, 탈시설 장애인단이라고 해서 한 가지의 요구를 가지고 장애인 후보를,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그래서 이제 저희가 진짜 정당은 아니고 비록 가짜 정당이지만 사회적 약자, 힘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11가지의 요구를 갖다가 넣었는데 유독 두 분만 저희랑 협약하지 않았어요, 지금. 결정된 두 분의.
◇ 김종대> 누구입니까? 두 분이.
◆ 박경석> 지금 경선에 올라가신.
◇ 김종대> 지금 후보로 확정되신 분들.
◆ 박경석> 나머지 분들은 예비 후보때 와서 협약도 하고 지지도 하고 했는데 유독 두 분만 안 하셔서 지금 이 자리를 통해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힘이 없더라도 자신들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는 서울시를 위한 11가지의 협약을 꼭 좀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좀 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 많이 지지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김종대> 지금 방송 시간은 다 됐습니다마는 그래도 그 11가지 중에 핵심 내용은 좀 소개를 해 주셔야 될 것 같아요.
◆ 박경석>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 탈시설 권리에 대한 의무와 권리 중심의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라고 있습니다.
◇ 김종대> 공공일자리.
◆ 박경석> 저희가 여기에 이거 뭐냐. 이것도. 이게 서울시에서 최초로 만들어졌는데 이 일자리를 한 1000개 정도 만들어달라라는 게 있고. 아까 서울시 선언, 이동권 선언이 좀 지켜지기를.
◇ 김종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나오는지 저희가 한번 감시를 해 보겠습니다.
◆ 박경석> 했는지 안 했는지 좀 물어봐주십시오.
◇ 김종대> 알겠습니다. 활동가 분들 오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님과 좋은 말씀 나눴습니다.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경석>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