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송치결정서 어떻게 쓰나요"…경찰, 매뉴얼까지 만든다

수사권 조정 석 달…일선서 현장 업무 혼란 여전
불송치 결정서 작성에 특히 어려움…교재 필요 여론
서류 복사 등 단순 업무도 급증…"적응 시간 필요할 것"

연합뉴스
검·경 수사권 조정 석 달이 지났지만 일선 경찰들은 달라진 업무환경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권 조정 이전과 달리 수사 종결권을 쥔 경찰은 불기소 사건에 대해 의견서가 아닌 결정서를 써야 한다. 현장에서는 불기소결정서 작성 등 업무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서류 복사 등 단순 업무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송치결정서 쓰는 법' 맞춤형 교재 만드는 서울청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최근 이달 초 일선서에 공문을 보내 경찰서별 우수 불송치 결정서와 수사결과보고서를 취합하고 있다.


경찰은 취합한 사례를 중심으로 △불송치결정서 작성 유의사항 △수사·형사·여청·교통 등 부서별 우수 결정서 △검찰 불기소 결정서 등이 수록된 교재를 제작할 방침이다. 일선 경찰들이 실무에서 참고할 수 있는 '맞춤형 참고서'를 만드는 셈이다.

서울청이 이런 움직임에 나선 것은 수사권 조정 이후 일선 수사관들이 겪는 업무 혼란이 애초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은 "수사보고서는 사건 내용을 시간순으로 죽 나열하면 되지만 불기소 결정서는 공소시효부터 사실, 쟁점, 법리 판단 등 여러 가지를 기준으로 정리해야 한다"라며 "이전에 해보지 않은 일이라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럴 줄 몰랐나…수사권 조정 국면 준비 미흡했다는 지적도

경찰 안팎에선 형사소송법 개정 석 달이 지났는데도 일선의 업무 혼란이 계속될 정도로, 경찰의 수사권 조정 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일선에서는 '불송치사건기록 작성기법'이라는 경찰청 본청이 제작한 교재를 업무에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교재는 실제 수사결과보고서를 불송치 결정서로 바꾸는 방법 등 가이드라인이 담겨있지 않고, 완성된 단순 예시만 나열하는 식이라 일선의 불만이 컸다고 한다.

한 일선서 수사심사관은 "바뀐 시스템 때문에 수사관들이 느끼는 부담이 상당히 큰 것이 사실이다. 사건 종결 자체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제도가 정착하려면 앞으로 1년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서 심사관은 "무엇보다 사건 기록 복사 등이 크게 늘었다. 쉽게 말해 이전보다 업무가 2배 늘었다고 보면 된다"라며 "수사 역량 문제가 아니라 업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한형 기자
◇1월 한 달 불송치 중 300건 재수사 요청

현재 송치 사건(기소의견)에 대한 수사결과보고서는 수사심사관의 점검(스크린)이 이뤄지지만, 불송치 사건의 경우 일선서는 수사 파트에서 직접 작성해 검찰로 넘기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경찰의 불송치 사건은 1만 9543건이다. 이 중 경찰이 넘긴 불송치 결정서를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은 310건(1.6%)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업무에 참고할 교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어 제작하게 됐다"라며 "5월 중순쯤 완성되면 수사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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