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첫 오리지널 콘텐츠 3분기에 공개…KT는 왜 콘텐츠에 뛰어들었을까

KT, '한국판 넷플릭스' 박차…스튜디오지니, 100억 규모 IP 펀드 조성
"개방·이익 공유·창작자 육성"…"KT 생태계 만든다"
3분기 내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를 목표로 제작중

구현모 KT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 미디어컨텐츠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는 필수다. KT는 그간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 1300만 가입자 기반의 국내 최대 미디어플랫폼에 콘텐츠 능력을 더한다면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KT 구현모 대표는 23일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KT는 보유 중인 1300만 가입 유료방송, OTT, 음원과 콘텐츠 제작 및 유통 역량을 기반을 집결해 '메타플랫폼'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또 그간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에 투자하고, 국내 제작사들과 상생하면서 '위드 KT' 생태계 창출에 나선다. 미디어 콘텐츠를 디지코 KT의 성장 엔진으로 삼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콘텐츠 강국 대한민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KT는 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을까?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은 KT가 콘텐츠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네 가지로 설명했다.

먼저 넷플릭스, 디즈니라는 글로벌 OTT의 출범과 막대한 연향력을 꼽았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이나 이커머스 사업자들도 너나할 것없이 뛰어들고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입자 확보의 최전방 공격수이자 곧 플랫폼의 정체성이 돼 플랫폼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성장 둔화'다. 사람들은 더이상 유료 방송을 보지도 않는다. 아울러 "현재 글로벌 미디어 시장은 기존의 콘텐츠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역할 경계가 무너지면서, 플랫폼 중심에서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가진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번째는 '콘텐츠 수급' 문제다. KT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콘텐츠를 '독점'하면서 소비자 불편을 야기하는 점에 착안했다. 강 부문장은 "콘텐츠 시장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점점 콘텐츠를 구하기 힘들어지고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에 콘텐츠 사업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에 따른 급격한 미디어 시청 환경의 변화'를 들었다. 강 사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TV 시청이 증가한 것은 물론 콘텐츠 소비도 두 배 증가했다"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한 번 증가한 소비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스튜디오지니의 김철연 공동 대표는 "KT가 왜 콘텐츠 제작에 나서느냐, 과연 잘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반대로 KT가 도대체 왜 여태껏 스튜디오 사업에 나서지 않았느냐고 묻고 싶다"면서 "KT는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콘텐츠 산업에서 제작자들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누구보다도 안정적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안정적 투자 선순환 구조, 방대한 미디어 빅데이터로 "콘텐츠 흥행 성공률 높일 것"


KT는 그룹 차원의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비 회수 구조(리쿱율)와 미디어 빅데이터를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KT는 올해 초 콘텐츠 전문 투자‧제작‧유통 법인 KT스튜디오 지니를 출범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원천 IP 자산을 활용해 드라마, 영화, 예능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후 스카이티브이(skyTV) 실시간 채널을 비롯해 올레 tv, 스카이라이프 등 KT그룹 플랫폼에서 1, 2차 판권을, KTH, Seezn(시즌) 등을 통해 국내외 후속 판권을 유통한다.

지니뮤직 등을 통해 콘텐츠 부가가치 창출에도 나선다. 강국현 상무는 "콘텐츠를 제작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다시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KT그룹 내에 갖춰졌다"고 설명이다.

KT는 '1300만 전체 고객의 미디어 시청 빅데이터'도 "강력한 무기"로 내세웠다. 이미 KT는 이를 통해 "콘텐츠 성공 예측 모델을 이미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예를 들어 조정석, 우정 등의 키워드와 미디어 시청 빅데이터로 예측했을 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1등급으로 나왔다. 그리고 방영 이후 그 결과도 1등급으로 나왔다. 또 드라마 '더 킹'은 #김은숙 작가 #김고은 #이민호 #도깨비 등의 키워드와 빅데이터로 예측했을 때 다들 대박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KT는 2등급으로 예측했고, 결과도 2등급으로 드러났다.

미디어 빅데이터는 감독, 작가, 출연진 등의 기본 정보와 KT만이 보유한 장면 분석 정보를 결합한 콘텐츠 데이터에 초 단위의 콘텐츠 시청 집중도와 유지율, 콘텐츠 이용 패턴(실시간 방송 유입 및 이탈, TV UI 이용 로그 등)과 같은 시청 데이터를 더하고 인구통계학적 환경을 반영한 시청자 데이터까지 결합해 구성됐다. 이는 미디어 업계의 일반적인 실시간 방송 시청률 샘플링 데이터의 약 3천배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KT는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기술로 흥행 예측 모델을 도출해 10단계의 정교한 흥행 등급으로 구성, K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에 활용한다. 또 빅데이터를 전방위로 도입해 장르, 배우, 소재를 구상하는 단계부터 콘텐츠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유통 경로를 설계하는 데 적용한다.

구현모 KT 대표(왼쪽 두번째)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KT 미디어컨텐츠 사업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사장, 구현모 KT 대표, 김철연·윤용필 KT 스튜디오지니 공동 대표. 연합뉴스
◇"모두에 개방, 이익의 공유, 창작자 육성" KT 스튜디오지니 '위드 KT' 생태계 만든다

KT 스튜디오지니는 기존의 콘텐츠 비즈니스와 전혀 다른 새로운 위드(With) KT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연결'을 핵심 가치로 삼아 △개방(Open) △공유(Sharing) △육성(Cultivate) 세가지 측면의 콘텐츠 협력 구조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자체 플랫폼이 없는 순수 제작사를 비롯해 국내외 OTT, 모바일 플랫폼 기업 등과 과감하고 광범위한 협력을 도모한다. 현재 KT 스튜디오지니는 흥행 작품으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는 제작사 10여 곳을 비롯해 중소 제작사 10여 곳과 상호 '윈-윈'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의 협력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콘텐츠 제작사의 IP를 대가로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작비 중 일부를 마진으로 주고 받아 온 업계의 일반적인 방식에서도 탈피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철연 대표는 "콘텐츠 수익뿐만 아니라 IP 자산 까지 제작사와 공유하며 흥행한 콘텐츠가 제작사의 실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국내 창작자들의 육성에도 앞장선다. 신진 창작자와 제작사를 발굴해 올레 tv, Seezn(시즌)에서 방영될 '숏폼 콘텐츠'부터 향후 대작까지 제작하는 '메가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23년까지 원천 IP 1천 개 확보 "K-콘텐츠 글로벌 시장 확대 기여"

KT 스튜디오지니는 2023년 말까지 원천 IP 1천여 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의 콘텐츠 라이브러리 구축에 나선다. 외부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의 영입과 육성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IP 펀드를 조성하고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스토리위즈의 원천 IP 확보와 개발에 속도를 낸다. 또 30여 개 타이틀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KT그룹의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스카이티브이의 실시간 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핵심 대작(텐트폴, tent pole)'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청률 순위 10위권 내 진입이 목표다.

KT 스튜디오지니의 첫 작품은 올해 3분기 내 공개를 목표로 제작 중이다. 콘텐츠 제작 물량은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다만 "첫 오리지널 콘텐츠나 투자 규모, 협력사 등에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플랫폼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콘텐츠 판로도 확장한다.

넷플릭스의 공세와 디즈니의 한국 진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구 대표는 "해외 자본에 대한 한국 콘텐츠 시장의 의존도 역시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대형 제작사 중심으로 구성된 주요 OTT사업자들의 콘텐츠 라인업에 중소 제작사들이 합류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내 콘텐츠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 자본의 수혈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콘텐츠 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KT그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 대표는 "미디어는 고객들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축이며, KT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사업 영역으로 디지코 KT의 가장 강력한 성장 엔진이라고 자신한다"며, "KT그룹 역량을 미디어 콘텐츠로 집결해 무한한 가치를 창출해내며 K-콘텐츠 중심의 글로벌 시장 판도 변화에 가속도를 붙이겠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