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꾸준한 약물치료로 증세를 잘 관리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보장 범위가 차이나는 부분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될 텐데 회사는 무조건 전환이 불가하다고만 한다"며 "어려운 형편에도 지금까지 수백만원 보험료를 부담한 게 너무나 억울하다"고 말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손보험 갱신을 맞아 몇배가 오른 보험료 부담으로 상품 전환을 시도했다가 A씨처럼 치료 이력을 이유로 거절을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환 불가 이유는 실손보험 판매시기에 따라 보장 범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일부 신경정신과질환은 2016년 중에 실손보험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그 전 가입자는 정신과질환(질환 코드 F00∼F99)으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심사를 거쳐' 전환 가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으로 돼 있다.
일선 심사 과정에서는 과거 5년 사이에 정신과 약물치료 경험만으로도 전환 거절 결정이 내려진다.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와 우체국보험은 '2세대' 표준화실손 가입자가 신실손보험으로 전환을 원할 때, 확인 질문 네 가지 중 어느 하나에만 해당되더라도 전환을 거절하고 있다. 그 항목 중 하나는 '최근 5 년 이내에 신경정신질환 관련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입원치료, 수술(제왕절개포함), 연속 7일 이상 치료, 연속 30일 이상 투약 중 어느 행위라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신경정신과질환 다수가 1개월 이상 장기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비춰 5년 내 정신과 약물치료 만으로도 전환이 차단되는 셈이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구실손가입자는 전환 불가 사유가 더 많다. '최근 5년 이내에 한방진료(통원), 성병, 신경정신질환(치매 포함) 관련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입원치료, 수술(제왕절개포함), 연속 7일 이상 치료, 연속 30일 이상 투약 중 어느 행위라도 받은 적이 있다'면 전환이 거절된다.
이유가 무엇이든 5년 전 한달간 한약을 먹은 사실을 솔직히 밝히는 것만으로 구실손보험을 신실손으로 전환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일부 구실손보험은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을 보장하지 않아 디스크 진단·치료 경험이 있으면 전환을 할 수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대부분 보험사가 전환 신청자가 4개 확인 사항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전환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보장이 추가되는 항목에 해당하는 질환(사유)이 있다면 전환이 안 된다고 약관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는 보장이 확대되는 질환의 진단·치료 경험이 있다고 해도 추가 심사를 거쳐 전환을 승인하고 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의 정책에 따라 전환 승인률에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A씨처럼 전환 신청을 거절당한 가입자는 몇배가 오른 보험료를 계속 내면서 보험을 유지하거나, 해지하고 신규로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55세 이상 '고령자'는 아예 받아주지 않거나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게 하는 등 신규 가입 문턱이 매우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A씨는 호소했다.
A씨는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우체국보험까지도 전환 심사를 이처럼 가혹하게 운영해 가입자를 해지로 내모는 게 타당하냐"며 울분을 토했다. 또,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국민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것 또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