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의혹으로부터 촉발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공무원, 공공기관, 일반인 등까지 퍼지는 가운데 기업까지 투기 의혹이 번지는 셈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은 해당 농업회사 법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농업법인 설립해 3천여평 농지 매입…"위법사항 검토 중"
A법인은 채권최고액을 60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는 거래금액의 81.6%에 달한다. 통상 대출액의 130% 안팎으로 채권최고액이 설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46억원가량을 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로 충당한 것이다. 올해 매출액이 120만원에 불과한 농업회사 법인이 무리하게 대출해 농지를 사들인 배경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A법인의 농업경영계획서를 보면, 이 법인은 광명 가학동 xxx번지와 xxx번지 밭의 주 재배 예정 작목을 '도라지'로 기재했다. 노동력 확보 방안으로 '자기 노동력'을 기재했다. 농업기계·장비 보유 현황은 공란으로 뒀으며, 관리기, 삽, 트랙터 등을 보유할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또 다른 xxx번지 일대 밭의 경우 주 재배 예정 작목을 모두 '매실수'라고 계획서에 적어 제출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가 현장을 찾은 결과 도라지로 작목을 기재한 밭은 지난해 고구마 등이 심어졌다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 매실수로 작목을 기재한 밭의 경우 주말농장 수준의 소규모 밭이 있었으나, 면적의 상당 부분은 하우스 3개 동이 차지하고 있었다. A법인은 이 하우스를 농업과는 관련 없는 창고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의 한 주민은 "에어컨 실외기와 같은 부품을 갖다 놓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아침에 인력 몇 명이 창고에 물건을 갖다 놓는 걸 본 적 있다"며 "농지를 본래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고 특히 바닥에 콘크리트를 포장한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농지 전용 허가를 받지 않고 토지 형질을 변경해 창고로 활용하는 행위도 법 위반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부합동조사단은 A법인의 이러한 의혹을 포착해 조사에 나섰다. 광명시에 따르면 A법인은 농지 전용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명시 관계자는 "하우스를 짓고 창고로 사용한 것은 불법 행위로 보인다"며 "조사 결과를 받아본 뒤 위법사항이 있으면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A법인은 농지 전용·투기 의혹 등을 전면 부인했다. 법인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며 "지목만 '전'이었지 산과 같아서, 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토지가) 수용된다고 하는데, 매입한 가격도 안 나와서 이의신청해놨다"고 말했다. 농지 불법 전용 의혹을 두고는 "광명에 그렇게 하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고 반문하며 "잠시 무엇을 (하우스에) 갖다 놓았을 수는 있고 그 목적(전용 창고)으로 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봐주기 행정'에서 벗어나 적극 행정처분해야"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근 변호사는 "농사를 지으면 매출이 나와야 하는데, 이는 단적인 증거"라며 "영농법인을 만들어서 다른 용도의 창고로 쓰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농 목적이 아니거나 농지 근처에 주소지가 없는 등의 경우, 농지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농지법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업 법인이 영농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적극적인 행정처분이 따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위법사항이 발견돼도) 앞으로 농사짓겠다고 말만 하면, 처분을 유예해줬다. 일선 행정기관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봐주기 행정'을 하고 있었다"며 "경기도나 농림부 차원에서 현장에 나가서 확인하고, 농사짓지 않는 게 확인되면 적극 매각 처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