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노동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법으로 정한 연장근로시간 한도에 상관없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법정노동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이고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를 더해 1주일에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데, 특별연장근로가 적용되면 이러한 제한 없이 계속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8년까지만 해도 204건에 불과했던 특별연장근로 승인 건수는 2019년엔 908건으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는 무려 4156건에 달했다.
지난해 방역 활동, 마스크 및 진단키트 생산 등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인가 사례(2028건)를 제외한 나머지 2128건만 따져봐도 2년 새 승인 건수가 10배 넘게 늘었다.
또 신청 건수와 승인 건수를 비교해보면 2018년 신청된 270건 중 204건(75.6%)이 승인됐는데, 2019년에는 966건 중 908건(94.0%), 지난해는 4520건 중 4156건(91.9%)이 승인돼 신청 대비 승인 비율도 크게 늘었다.
이처럼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다.
주52시간제를 도입하면서 법정노동시간이 줄었지만, 아직도 기존의 장시간 노동 관행을 놓지 못한 기업들이 특별연장근로를 새로운 활로로 주목한 것이다.
특별연장근로를 요구하는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도 이에 부응해 '주52시간제 보완책' 중 하나로 활용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애초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은 국가적인 자연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회적 재해를 수습해야 할 때 뿐이었다.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상반기에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했던 기업들이 사용했던 날 수·사유에 상관없이 하반기부터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상반기 활용 기간을 초기화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기업들이 특별연장근로를 적극 활용하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길을 열어준 바람에 자칫 주52시간제가 무력화될 뿐 아니라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할 때 인가 사유 해당 여부나 근로자 건강보호조치 등을 엄격히 심사하기 때문에 아직 큰 부작용은 없다고 본다"며 "실제로 지난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특별연장근로 68곳을 점검했지만, 인가 기준을 위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노총 이현정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노동시간이 늘면 당연히 쉴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과로로 이어져 심하면 노동자의 사망까지도 부를 수 있다"며 "장시간 노동을 막도록 정부의 일자리 확대 노력과 연계해 인력을 더 채용하도록 하는 대안에 집중해야 했는데, 손쉽게 기업의 민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그동안 지침으로만 운영했던 노동자에 대한 건강보호조치가 법제화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장관령 고시 제정안도 지난 15일 행정예고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별연장근로를 이용한 사용자는 △특별연장근로 시간을 1주 8시간 이내로 운영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하여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부여 △특별연장근로기간 도중 또는 종료 후 특별연장근로시간에 상당하는 연속한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 중 하나 이상을 꼭 실시해야 한다.
또 이미 노동자가 요청하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잘 활용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앞으로는 특별연장근로를 시작하기 전에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벌칙 조항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다.
다만 이 국장은 "특별연장근로 사업장이 크게 늘어난만큼, 기획 감독 등을 통해 건강보호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는지 현장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