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장
■ 출연 : 박형웅 전주대학교 지역혁신센터 교수
사회 혁신, 그 중에서도 시민들이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가 우리 사회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공간으로 로컬, 지역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전문가 모시고 자세히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전주대학교에 지역혁신센터가 있습니다. 박형웅 교수,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 박민> 안녕하세요
◆ 박형웅> 안녕하세요
◇ 박민> 학교 내에 지역혁신센터가 있네요?
◆ 박형웅> 네. 지역혁신센터를 2019년도에 만들었습니다. 요즘 지역 대학이 위기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일단 신입생 수가 급격하게 줄었고, 외국에서 오는 유학생의 숫자도 코로나19 때문에 좀 줄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위기를 단순히 신입생이 줄어서 생기는 문제만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의 역할 자체가 과거와 같이 스펙을 쌓아서 취업을 하기에도, 학문을 추구하기에도 그렇게 적합하지 않다는 위기 의식이 교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있었던 거고요. 특히 지역 대학은 '과연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거냐'는 관점에서 보면 결국 지역에 정착하는 학생들을 키워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럼 학생들이 지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되는데, 학내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로 창업을 한다든지 비슷한 일을 하는 다른 기관에 취업을 하는 방법 등이 있겠죠. 결국 학생들이 지역에 있는 이슈로 아이디어를 내고 미래를 생각하도록 지원해주기 위해 (학교에) 지역혁신센터가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 박민> 지역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는 돌파구로 지역 자체를 바꿔보자?
◆ 박형웅> 네. 그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좀 거창한 것 같은데 바꿔서 얘기하면 대학 내에도 다양한 창업 모델들이 있습니다. 지역의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정부나 대학에서 신규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그럴 때 과연 어떤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요즘 전 세계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은 비즈니스는 일상에서 불편한 일들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 투자도 많이 받고요. 이걸 소셜 벤처라고 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학생들이 지역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비즈니스의 기회를 포착하는 과정을 교육과 매칭하면 어떨까 했던 거죠.
◇ 박민> 사회 문제라고 하면 다소 추상적인데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요?
◆ 박형웅> 사회 문제는 사회적으로 생겨난 문제를 다양하게 포괄하고 있고 인류 전체 문제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를 하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뛰어들려고 하든지 간에 가장 먼저 시작해야 되는 건 개인의 문제이겠죠. 개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 적합하고요. 그 방법론으로 리빙랩을 많이 씁니다. 쉽게 말하면 생활 속의 연구소, 살아있는 연구소라고 합니다. 개인의 문제에서 시작한 어떤 아이디어나 해결해보겠다는 마음을 주변에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리빙랩입니다. 결국 개인의 문제에서 시작된 사회 문제인 거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안다'의 핵심은 '경험'입니다. 직접적인 경험, 어떤 문제에 고통을 느꼈다거나 누군가를 도와줘서 느꼈던 만족감 등 이러한 다양한 경험들이 모아질 때 비로소 해결에 가까워지는 겁니다.
◇ 박민> 리빙랩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실제 사례는?
◆ 박형웅>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사회 문제는 모양만 바뀌지 문제 그 자체가 쉽게 없어지거나 해결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어느 한 시점에 문제가 완전히 없어지는 거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조금 나아지고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분명히 또 다른 문제로 변할 수 있으니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핸들링하자는 게 목표인 거죠. 그래서 프로젝트의 목표는 대부분 실험 자체에 있습니다. 누군가는 정부 지원을 받는데 해결된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지만 그것이 리빙랩이 확장되는 데 겪는 가장 큰 단점이나 애로사항이기도 합니다. 일 년 후 이들이 이 문제를 풀려고 여전히 남아있으면 그것은 성공한 리빙랩이라고 합니다.
◇ 박민> 한 가지 사례만 소개해주신다면?
◆ 박형웅> 전주시청 옆 선미촌(성매매집결지)이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예술가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다양한 시도들을 해서 선미촌 자체를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일대를 바꾸기 위해 수많은 시도가 있었는데 주민, 지자체나 정부, 활동가 등 입장이 다 다르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시도했던 방식은 일단 예술가들이 들어와서 뭔가라도 시도해보자라고 해서 들어온 것이 '물결서사'라는 작은 책방이고요. 물결서사가 그 일대를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며 아직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사례처럼 그 주변으로 리빙랩을 계속 확장한다는 거고요.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는데 올해부터 마을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서 '인디사회적마을기업'을 만들었습니다.
◇ 박민> 안그래도 이 시간에 소개한 적이 있어요.
◆ 박형웅> 아, 그랬나요. 마을 주민과 예술인들이 리빙랩이라는 방식을 통해 선미촌이라고 하는 마을 자체를 바꿔보자는 거죠. 어떤 것이 문제라고 바깥에서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라 안에 사는 분들이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를 생각하는 거죠.
◇ 박민> 같은 문제 의식을 갖는 분들을 연결시켜주는 게 리빙랩 프로젝트이겠네요.
◆ 박형웅> 그 과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될 부분이 있는데 혁신 프로젝트에는 '리더'가 있습니다. 리빙랩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데, 다만 리더는 공동체를 확산시키고 뭉치게 하는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 솔루션을 낸다거나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해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낼 수 없어요. 리빙랩에서 리더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될 점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얼마나 알고 그 안에 들어가게 되었냐를 끊임없이 논의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러다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해결 아이디어라는 것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그런 아이디어는 사장되는 거죠. 그게 리빙랩이 여타의 다른 혁신 방법과 가장 큰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박민> '효과'와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그동안의 접근 방식과 다르네요.
◆ 박형웅> 어차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결국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요.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성과주의', '효율주의'를 강조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우리가 사회 문제를 시민의 힘으로 해결한다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떤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가 확대되고 확산되는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돈을 투자하면 어떤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살아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문제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해결 공동체, 그리고 처음 생긴 문제가 A인데, 그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B라는 문제를 건드릴 수 밖에 없게 돼요. 그럼 B를 먼저 해결하고 A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죠.
◇ 박민> 결국 리빙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체들이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효능감이겠네요?
◆ 박형웅> 효능감은 '내가 이만큼 노력했더니 이런 변화가 있었다'고 느끼는 부분일 겁니다. 이 부분은 리빙랩을 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로 올라갑니다. 처음 내가 생각했던 문제를 현장 가서 확인해보면 '아! 이게 아니었구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다시 시도를 해야 되니까 그만큼 배우고 부딪히고 그러면서 효능감은 올라갈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효능감만 갖고는 지속할 수 없어요. 그 조직이 운영되려면 비용이 필요하고 예산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마을 기업이나 소셜 벤처가 나오는 것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고민해보자고 해야 그 문제를 6개월, 1년 후에도 계속 다룰 수 있거든요. 저는 6개월 안에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하자, 이게 아니라 비즈니스를 해서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생각해야 된다고 보고요. 그래서 그 문제 자체가 진화할 때 그 비즈니스도 같이 가면 좋겠어요.
◇ 박민> 이 방송 듣는 분들도 이런 문제 해결해봐야겠다는 생각 가지시면 좋겠네요. 그래도 이런 활동하면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 박형웅> 사회 문제 해결에는 세 가지 축이 필요합니다. 시민, 공무원이나 행정 등 공공,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세 주체가 한데 모인다는 게 한국사회에서 참 힘들어요. 각자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죠. 일단 서로의 탓을 하게 될 거라는 공포가 있어요. 가령 시민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행정이 잘 못해서 이 문제가 생겼어'라고 탓을 한다든지 아니면 행정은 '우리는 좋은 뜻에서 하려고 하는데 왜 보조금 안줘' 이런 식으로 민원을 넣는다든지, 전문가에게는 '당신은 그 분야의 전문가인데 왜 이 문제에 대해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어'라고 서로 '탓'을 하게 돼요. 사실 그 탓을 하는 게 맞긴 맞아요. 그것 때문에 문제가 풀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모든 사회 문제는 정책과 법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그럼 이 세 사람이 서로 아쉬운 것, 못했던 것들을 어느 한 장소에서 털어놓는 일이 필요해요. 일단 서로의 입장을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 입장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장소, 기회가 너무 적습니다. 그래서 장소나 기회 같은 것들이 확산되고 이 문제에 참여하는 지역 청년들이 훨씬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박민> 속에 있는 얘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과정이 더 필요하겠네요.
◆ 박형웅> 자유로운 만남, 모임, 그리고 그 안에는 시민과 전문가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참여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들을 연결했으면 좋겠습니다.
◇ 박민>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모실게요. 지금까지 전주대 박형웅 교수였습니다.
◆ 박형웅>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