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는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양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더딘 점을 반영한 결과"라며 "앞으로 경제 흐름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백신 접종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의 두 축인 내수는 아직 얼어붙어있지만 수출이 살아나면서 국내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3월 들어 20일까지 수출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를 크게 웃돌았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338억 7천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15.5일로 작년보다 0.5일이 적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기준으로 수출액은 16.1%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하지 않은 통계에서 반도체(13.6%), 승용차(13.0%), 석유제품(12.4%), 무선통신기기(4.7%), 자동차 부품(2.0%) 등 수출이 증가했다.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1년 전보다 9.5% 늘며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 수출액은 13.2% 증가한 83억 7천만 달러로, 8개월 연속 증가했다. 자동차(47.0%)는 10년6개월 만에 두 달 연속 4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석유화학(22.4%) 제품도 유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증가로 실적이 개선됐고, 지난해 4월 이후 30∼60%대의 감소세를 보이던 석유제품(-15.2%)도 수출 감소 폭이 대폭 줄었다.
진단키트 등 바이오헬스(62.5%)와 디스플레이(19.1%) 등 IT 품목도 두 자릿수 증가하며 총수출에 기여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기와 교역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보호 무역주의 확산 등 통상환경 변화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확실한 수출 플러스 전환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이 세계 경기 회복과 반도체 경기 개선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보다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별로 보면 수출은 지난해 2분기 큰 폭 감소세에 따른 기저효과로 상고하저(上高下低)의 모습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수출의 국내총생산 성장 기여도는 1.5%포인트로 예상했다.
한은은 또 올해 상품 수출이 작년보다 7.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올해 상반기에는 13.0%, 하반기에는 2.0% 수출이 늘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도 석유제품, 화학공학품 수출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한국은행도 "코로나19 전개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점은 수출의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지연 가능성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 미중 무역갈등 등이 수출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