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 80%25 대출, 외지 살면서 농사?…법 위반 의심 수두룩
21일 CBS노컷뉴스가 3기 신도시인 경기 하남시 교산동·천현동에서 지난 2016~2018년 거래된 농지(지목이 전·답인 필지)를 조사·분석한 결과, 총 35건의 투기 의심 사례를 특정했다.
토지 거래액과 대출규모, 농지 소유자의 주소지, 국적, 다수공유자 매입 여부 등을 조사해 의심 사례를 추려냈다. 발견된 사례를 보면 가족이나 지인을 동원해 쪼개기 매매를 하거나, 거래가액의 80%를 넘는 대출을 받은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B씨는 2017년 6월 교산동의 농지 두 필지를 사들였다. 40평, 500평 규모의 밭은 각각 7억2천만원과 8억8천만원에 팔렸다. 땅 크기가 10배 넘게 차이 나는 것을 고려하면, 두 필지의 거래액은 크게 다르지 않다. B씨는 거래액 16억원의 80%가 넘는 13억원을 대출받았다.
경찰은 이렇듯 농지법 위반이 의심되는 3기 신도시 내 투기성 거래를 수사 중이다.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다수의 농지법 위반 혐의 사건을 내·수사 중이지만 자세한 수사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거래된 필지가 농지는 아니지만 임야 거래에서 전문 투기세력의 '쪼개기' 구매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 하남교산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은영 하남시의원(더불어민주당 탈당) 가족이 사들인 땅 대부분은 논밭이 아닌 임야다.
천현동의 3천평 규모(10017㎡) 임야는 소유주만 40명이 넘는다. 이 필지는 지난 2016년 10월 부동산경매회사 두 곳에 나눠 팔렸다. 이후 이들은 지분을 총 44명에게 쪼개 팔았다. 2018년 11월 22일 마지막 지분 거래 이후 정확히 한 달이 지난 2018년 12월 19일 정부는 해당 필지가 포함된 하남교산 개발지구를 제3기 신도시로 지정했다.
매수인 44명은 서울과 강원도, 경기도, 충청북도 등 전국에 퍼져 거주하고 있었다. 그중 캐나다, 중국 국적을 가진 투자자도 있었다.
매수인 중 1949년생(당시 69세)이 최연장자였고, 1996년생(당시 22세)이 가장 어렸다. 40~60대가 주를 이뤘지만 20대 청년 투자자도 있었다. 매매대금은 적게는 약 500만원부터 많게는 7천만원까지 분포돼 있었다.
◇전문가들 "진상 밝히려면 공직자 외 일반인 수사 불가피"
전문가들은 정부가 농지법 위반 투기 의심 사례를 전수 조사하고 관련자를 철저히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공직자나 공무원, 정치인들은 친인척을 통해 분산 투기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5년간 거래가 발생한 토지 등기부 등본을 전부 떼서 추적하고, 공직자든 공직자가 아니든 불법으로 농지에 투기한 사람들은 다 법 위반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서성민 변호사는 "일반인도 지자체에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서 불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개발이 이뤄지면 투기 이익을 챙긴다"며 "이런 범죄 행위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 변호사는 "현행 농지법 위반 처벌에 비해 이익이 너무 큰 상황이다보니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불법 투기행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