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아이오닉5를 18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아이오닉스퀘어에서 만나봤다. 오는 22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공개된다.
단순하면서도 아이코닉한 디자인에 기대보다도 더 큰 차체가 만들어내는 인상은 '미래 전기차의 한국식 표준', 즉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야심이 느껴지게 했다. 그리고 큰 차체가 가져다 줄 실용성과 기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차량이었다.
운전석에 앉자 마치 태블릿 PC를 연상하케 하는 12인치 계기반(클러스터)과 1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현대차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은 변속 레버가 칼럼에 붙어 있는 형태라는 것이다.
변속기가 없는 전기차임에도 스티어링 휠에 패들 쉬프트가 달려 있는데, 아마도 전기차의 특성인 '브레이킹+충전', 즉 회생제동의 정도를 조작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러스터 화면은 운전대의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고, 인포테인먼트 화면은 터치로 조작할 수 있었다. 그 옆으로는 냉장고처럼 메모나 사진을 붙일 수 있는 자석 보드가 위치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재치 있는 조합을 만들어냈다.
배터리를 차량 바닥에 까는 형태의 스케이트보드형(形) 섀시의 구조에 따라 휠베이스가 3미터에 달한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거리 사이에 만들어진 실내 공간은 마치 그랜저 이상, 즉 준대형‧대형 세단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통상 1열의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위치하는 콘솔은 1열과 2열 사이에서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이른바 '유니버셜 아일랜드' 형태로 제작돼 있었다. 아이오닉5가 실내공간을 마치 주거공간처럼 사용할 수 있게 배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바닥이 평평한 형태이기 때문에 거실 마루에 가족들이 옹기조기 모여 앉아 있는 느낌이 들도록 향후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적재 공간은 앞뒤에 각각 위치한다. 전기모터가 앞뒤 바퀴 쪽에 결합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엔진룸에 프렁크(front+trunk)가 있다. 뒷트렁크는 기대보다 크지 않았다. 긴 휠베이스를 토대로 1, 2열 공간을 넓게 뽑아낸 반면, 차의 후면부가 패스트백 형태로 떨어지는 형상이라 트렁크 공간은 크지 않다.
다만 뒷좌석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키 170㎝ 성인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평평한 공간이 생겨난다. 이 공간에서 '차박(차+숙박)'을 할 수도 있지만, 아이오닉5의 경우 1열의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가 무중력 상태까지 뒤로 젖혀지기 때문에 2열 폴딩 없이 휴식도 가능하다. 어떤 형태로 차에 눕던 거의 완전히 개방된 천장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이 국내 소비자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해진다. 국내에서 SUV의 인기는 높은 반면, '해치백의 무덤'이라고 할 만큼 국산 해치백이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외관 디자인의 컨셉은 기하학적인 '파라메트릭'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전면부와 후면부의 램프는 파라메트릭 패턴을 픽셀 단위로 사용했고, 휠의 무늬에도 파라메트릭이 적용돼 있다.
새롭고 낯선 점들이 많기 때문에 전통도 강조돼 있다. '포니'의 헤리티지를 이어받았다는 디자인 컨셉은 낯설음을 상쇄하는 전통과의 동시성을 강조한 전략이면서 해치백이란 국내 비인기 차종이 줄 수 있는 문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도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아이오닉5가 눌러 담은 각종 신기술에서 첫 전용 플랫폼 차량을 출시한 현대차의 야심이 느껴졌다. 전기차의 독보적인 국내 기준을 제시하려 했다는 의도가 읽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