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같이 '인터넷 모니터링 부업', '재택 알바' 등을 모집한다고 속여 거주지에 '전화번호 변조기'를 설치하게 한 뒤,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 아르바이트로 여겨 설치했다가 경찰 수사까지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사설 중계기' 집중단속을 벌여 전국 52개소에서 161대를 적발·철거했다고 밝혔다. 중계기는 해외 인터넷 전화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010)인 것처럼 변조할 수 있는 장치로, 대부분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인다.
나머지 12명은 재택 알바 또는 부업 등 광고를 보고 중계기를 설치했지만, 미필적으로나마 중계기가 범죄에 쓰인다는 점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돼 입건됐다. 이들 중 일부는 친구나 지인의 주거지를 빌리거나 고시원 등을 빌려 설치한 경우도 있었다.
혹여 광고에 속아 모르고 중계기 등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다. 전기통신 사업자가 아님에도 통신을 중개하거나 발신 번호를 바꿔주는 행위 등은 모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이 같은 '사설 중계기'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 등 명목으로 자신의 집에 설치했다가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의심되는 경우에는 가까운 경찰서에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토 결과 각기 다른 대포폰과 계좌를 사용하는 등 시점과 장소, 수법이 달라 별개 범행인 것처럼 보이더라도 구체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경찰은 집중대응팀을 금융범죄수사대에 편입, 보이스피싱 '집중대응조직'으로 확대했다.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개별 수사 과정에서 취득한 전화번호와 IP주소 등 범죄 데이터를 수집·분석했고, 이를 토대로 사설 중계기 위치를 특정해 단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사설 중계기 위치를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특정, 연중 지속 단속할 계획"이라며 "이외에도 범죄예방 및 차단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수사기법을 발굴해 지속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신사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범인 추적을 넘어 단계별로 끊어낼 것"이라며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범죄 피해가 올해 안에 대폭 감축될 수 있도록 집중대응조직을 중심으로 서울경찰의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지역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피해액은 2228억 원으로 2017년(937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 건수 및 검거 인원은 모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 늘어나다가 지난해 소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