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가'' 추성훈, 링 위로 돌아오라

''드림''과 결별 뒤 향후 행보 오리무중

작년 이 무렵 ''재일동포 4세 격투기 선수'' 추성훈(34,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같은 해 2월 방영된 MBC 오락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출연이 결정적이었다. 방송에서 그가 풀어놓은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패션 센스, 순진한 미소, 가수 뺨치는 노래 솜씨 등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후 추성훈은 CF모델로 주가를 높였고, 앙드레김 패션쇼 무대에도 섰다. 연말에는 ''코리아 베스트 드레서 스완상'' 스포츠부문에서 수상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한 방송사의 유도 해설위원으로 깜짝 활약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추성훈의 일거수 일투족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붙든다. 그의 시합은 한일 격투기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매치 중 하나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에선 추성훈의 안티팬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링 위에서 격투본능을 발산하던 ''파이터'' 추성훈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추성훈은 지난해 일본 종합격투기 ''드림''에서 두 차례 싸웠다. 7월 ''드림 5''에선 시바타 카쓰요리(일본)에 1라운드 소매 누르기로 TKO승을 거뒀다. 이어 9월 ''드림 6''에선 토노오카 마사노리를 1라운드에서 암바로 눌렀다.

격투기무대 복귀 후 2연속 TKO승을 거뒀지만 추성훈의 승리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팬들은 승리에 대한 찬사보단 오히려 "강자를 피하고 약자만 상대한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전력 상 한 수 아래인 무명 파이터들만 골라 경기를 치른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추성훈은 지난해 12월 K-1 다이너마이트 출전이 유력해 보였지만 결국 무산됐다. 연말 K-1 이벤트 단골손님 추성훈이 대회에 불참한 이유는, 대회 주최측인 FEG에 대전 상대를 놓고 무리한 요구를 해서였다.

국내의 한 K-1 관계자는 "주최측이 K-1 다이너마이트를 앞두고 추성훈에 10명의 대전상대 후보명단을 제시했지만 모두 거부했었다"고 밝혔다. 여기엔 아오키 신야, 미르코 크로캅 등 최정상급 파이터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FEG와의 계약이 만료된 추성훈은 현재 무적 상태다. 지난해말부터 재계약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은 계약금, 대전료 등에서 이견을 보여 결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선 FEG 측과 추성훈이 재계약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즉 ''드림''에서 추성훈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드림'' 주관 방송사인 TBS가 추성훈에 등을 돌린 것도 크게 작용했다. 2006년 12월 K-1 다이너마이트 사쿠라바 카즈시 전에서 있었던 ''보온크림 사건'' 이후 추성훈은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는 등 일본 내 이미지가 추락했지만 TBS 측도 이 사건의 여파로 광고가 대거 떨어져 나가는 등 막심한 타격을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마디로 TBS가, 추성훈에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TBS는 추성훈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계속되는 까다로운 요구로 양 측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TBS는 그후 "연예, 시사 등 모든 프로그램에 추성훈을 출연시킬 수 없다"고 못박았고, "추성훈이 (드림을) 떠나도 시청률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드림''을 떠난 추성훈이 앞으로 어떤 단체에서 활동하게 될 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재 추성훈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일본 내 ''드림''의 경쟁단체 ''센코쿠''와 미국 UFC 두 곳으로 압축된다.

만약 추성훈이 센코쿠에 간다면 "쫓아가서라도 복수하고 싶다"고 했던''숙적'' 미사키 카즈오와의 재대결도 가능하다. 하지만 센코쿠는 자금사정이 썩 좋지 않아서 추성훈의 높은 대전료를 감당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추성훈은 지난해 UFC 경기를 잇달아 참관하며 한때 UFC행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UFC로 가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UFC는 계약조건이 무척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계약과정에서의 주도권은 선수가 아닌 주최측이 쥐고 있다. 대전료 협상이 원활히 이뤄진다고 해도 일본 ''드림''처럼 대전 상대를 본인 마음대로 고를 수 없는데, 과연 추성훈이 계약서에 선뜻 도장을 찍을 지 의문시된다.

"추성훈에 패한 뒤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던 데니스 강은 UFC에서 재기를 꿈꾸며 열심히 훈련 중이다. 그에게 싸커킥과 ''일본인은 강하다''는 굴욕적인 발언을 안겨준 미사키 카즈오는 센코쿠에서 활약 중이다. 그러나 추성훈은 광고 출연, 자서전 출판, 도장 설립 등 운동 외적인 일로 분주하다.

사각의 링 위에서 카리스마를 폭발시키던 ''타고난 격투가'' 추성훈. 경기장에서 그의 모습을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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