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흑백의 사극으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 '자산어보'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기자간담회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자산어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준익 감독,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준익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사극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첫 사극에 도전하는 설경구와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변요한, 그리고 '기생충'으로 세계 영화계를 사로잡은 이정은이 의기투합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에 이어 '자산어보'에서도 흑백으로 조선시대를 그려내며 무채색의 미학을 담은 수려한 영상미를 선보인다. 제작진 역시 의상과 소품이 가진 질감과 윤곽을 더욱 부각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들였다.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자산어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준익 감독,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자산어보' 기자간담회에는 이준익 감독, 배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이 참석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번 작품의 연출 포인트에 관해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쓸 때나 현장에서 영화를 찍을 때나 함부로 찍어나갈 수 없었다"며 "정약전, 정약용은 기록이 있어서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창대는 기록에 이름과 몇몇 구절만 있어서 그의 배경은 허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증과 허구가 적절하게 짜인 이야기다. <자산어보> 서문을 바탕된 창작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영화를 흑백으로 선보인 데 대해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서 흑백으로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흑백으로 제작된 '동주'와의 차이에 관해 이 감독은 "'동주'는 일제강점기이고, 스물여덟 살에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젊은이의 이야기를 밝게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 그래서 어둠을 깊게 다루려 노력했다"며 "반면 '자산어보'는 어둠보다는 밝음이, 흑보다는 백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이라는 인물 개인에 초점을 맞춘 이유에 관해 '방향'을 언급했다.

그는 "역사를 공부할 때나 정리할 때 근대에 대한 애매한 지점은 아직도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는 부분이다. 나는 사극을 여러 편 찍어오면서 근대성이라는 것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커다란 사건이나 정치, 전쟁사로 그 시대를 규정짓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오류라고 판단했다. 그러면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개인에게서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시대와 불화를 겪은 개인을 하나씩 찾아내다 보면, 집단이 가진 근대성의 씨앗 크게 보일 것"이라며 "정약용과 정약전이 추구하는 가치관의 대립이 아니라 차이를 이야기하고, 또 그 차이 속에서 창대라는 인물이 어떻게 자기 삶의 방향을 찾는지 말하려 했다"고 말했다.

정약전과 창대는 각각 배우 설경구와 변요한이 맡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설경구는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했으며, 변요한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여기에 '기생충'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정은과 '응답하라 1994' 이후 배우로서 안정적인 길에 들어선 민도희가 출연한다. 또한 차순배, 강기영, 정진영, 최원영, 조승연, 동방우, 김의성, 방은진, 조우진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우정 출연해 눈길을 끈다.

설경구는 "일단 이준익 감독님이라서 선택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사극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겁이 나서 그런지, 미루다 이제야 하게 됐다. 나이를 좀 더 먹게 되니 더 괜찮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극과는 다르게 섬에서 촬영하니 더 똘똘 뭉쳐서 잘 한 것 같다"며 "재밌고 좋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사극을 한 번 더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약전과 창대의 관계에 관해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었다. 신분을 뛰어넘어 창대도 약전의 스승이었다. 또한 벗이 되는 관계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오랜만에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게 된 변요한은 "비록 서툴고 부족하지만 진실 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변요한은 설경구와의 호흡을 맞춘 경험에 관해 "여러 가지로 배우고 느낀 순간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시지 않으려 해도, 보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낼 곳 없는 정약전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흑산도 여인 가거댁 역을 맡은 이정은은 "유배 온 정약전의 든든한 마음 지킴이였다. 섬 주민을 대표해서 그에게 도시와는 다른 섬의 정서를 전달하고, 창대와 유대 관계를 맺게 해주는 중간자적 역할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맨 처음 감독님을 뵈었을 때 내게 도표를 보여주셨다. 창대와 정약전 사이에 내 얼굴 들어가서 그들의 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주셨다.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데 제일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의 14번째 영화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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