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의혹 파상공세…민주당만 있고 김영춘은 없다?

민주당, '의혹 종합선물세트'라며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당 차원 집중포화
정작, 민주당 대표 선수인 김영춘 후보는 전면에 나서지 않아
박형준VS민주당 구도로 인식…당 안팎에서는 "선수가 나서줘야 하는데.."
김영춘 후보 "확실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나와 맞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7일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살고 있는 해운대 엘시티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춘 민주당 후보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송호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와 함께 당 차원의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선거 부산 공격수인 김영춘 후보는 의혹 공세의 후방에 빠져 있어 당과 후보의 선거전략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박형준 후보에 대한 의혹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MB정권 시절 국정원 불법사찰 연루 의혹과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자녀 입시비리 의혹, 처조카 특혜 채용 의혹 등이다.

이 중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은 민주당에서 최초 제기했고, 나머지는 언론 보도나 시민단체를 통해 불거졌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은 이 네 가지 의혹을 놓고 '의혹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을 써가며 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부산시당은 연일 박 후보의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과 성명을 쏟아내며 날을 세우고 있다.

중앙당에서도 '부산지역 정·관·경 토착 비리 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경태 의원을 중심으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박재호, 최인호, 전재수 의원도 SNS나 인터뷰 등을 통해 의혹에 무게를 싣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과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박 후보의 집이 있는 엘시티 앞에서 '엘시티 특검' 도입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집중포화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 최전방 공격수인 김영춘 후보는 의혹 제기 선봉에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김 후보는 박 후보의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의 엘시티 앞 기자회견 자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조차 박 후보의 의혹과 관련해 '박형준 대 김영춘'의 구도가 아닌 '박형준 대 민주당'의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부산 민주당 한 관계자는 "후보 본인의 신중하고 점잖은 성향이 작용했겠지만, 나서야 할 때는 나서야 하는 데 아쉬운 부분"이라며 "박형준 대 민주당이 맞붙는 형국이 되어버리니 정작 김영춘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이번 선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중앙당의 지원은 LH 투기사태를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18일 부산시의회에 개최한 공약발표회에서 부동산 관련 자료를 언론에 함께 공개하자고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에게 제안했다. 송호재 기자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까지의 의혹들이 선거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앙당이 부산 선거판을 전국 이슈로 끌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앙당과 부산시당이 의혹 제기 역할을 맡고 김 후보는 정책 선거에 집중하는 식의 역할을 분배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의혹 제기의 선봉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영춘 후보는 본인의 성향과 맞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의혹과 관련한 뚜렷한 무언가가 있지 않은 이상 선거에 활용할 생각은 없다"며 "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당의 전략과 후보 본인의 전략이 이분화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각각 다를 수 있다"고 애둘러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사실을 근거로 한 의혹은 검증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실제 18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거주를 문제 삼으며 "부산시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환경파괴와 막개발의 상징이자 비리의 표상인 엘시티를 사서 거주하고 있는 것에 부산시민과 함께 분노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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