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외교·국방장관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과 방위공약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방위비 협상과 전시작전권 전환 등의 현안을 언급한데 이어 한반도와 역내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양국은 먼저 북한 핵·탄도미사일에 대해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는 한편,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의 중요함을 확인함으로써 대북제재·압박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공동성명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고, 비핵화와 관련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 등의 표현도 없었다.
물론 블링컨 장관은 2+2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선 "북한 주민들은 압제적인 정권 아래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말해 전날의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정의용 외교장관이 북한 인권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핵공조와 외교적 노력을 강조한 것과 온도차가 확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2 장관회의 공동성명이 보다 공식적이고 규정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이 신중한 대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제1부장의 잇단 담화를 통해 날선 반응을 보인 것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비쳐졌다.
또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관련한 고위급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동맹 중시'를 표방한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한국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할 것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중국에 대한 노골적 비판이 공동성명에선 비교적 차분하게 정리된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중국이 홍콩 경제를 허물고, 대만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티벳 인권을 탄압하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조직적이고 강압적 수단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이 약속을 일관되게 어겼음을 분명히 인지한다"면서 '중국의 공격적이고 권위적 행동'에 대한 '동맹의 공통된 접근'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동성명은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고 수위를 낮췄다. 중국을 직접 지칭하는 대신 '역내 안보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공동성명 자체의 성격상 절제된 표현이 담길 수밖에 없음을 감안하더라도 이 같은 공동 인식은 동맹의 균열이 우려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오히려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지역을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해나간다는 결의를 재강조했다"는 문구를 성명에 넣음으로써 창의적 해법을 모색했다.
미국이 한일 갈등과 관련해 강력한 중재에 나섬으로써 사실상 한국을 압박할 것이란 일각의 우려 섞인 관측도 결과적으로 빗나갔다.
양국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과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언급하는 수준에서 이 문제를 일단 봉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