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대결 문항에 유무선 비율까지 이견…합의 실패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후보 단일화를 두고 지난 16일부터 17일 저녁까지 장시간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부터 18일까지 이틀 간 여론조사를 진행 후 19일 단일 후보로 선출된 한 명만 등록하기로 했지만, 단일화 룰을 두고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국민의힘 실무 협상팀인 정양석 사무총장은 이날 저녁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과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시간 이후 당과 협의해 내일까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강구해보겠다"고 했고, 이 총장도 "제안과 수정 제안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오늘은 후보 선출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오는 18일 오전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유선전화는 대체로 보수 성향의 노년층이 주로 사용하고 있단 점을 감안해 국민의힘은 유선전화 비율 상향을 고수했지만, 국민의당은 반대했다. 가상대결은 안 후보가, 유선전화 비율 상향은 오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하에 양측은 두 조건을 가감한 타협안(경쟁력 문항+유선10%) 등을 시도했지만 무산된 것이다.
양측은 일단 최대한 빨리 합의해 후보등록 마지노선인 오는 19일까지 여론조사 마무리 후 최종 한명이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여론조사를 위한 최소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사실상 두 명 모두 각각 후보 등록 후 '연장전 협상' 돌입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의힘 소속 한 서울 지역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들어 오 후보가 내곡동 땅 투기 의혹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안 후보 쪽이 굳이 지금 협상을 해줄 가능성은 낮다"며 "단 며칠이라도 버티면 민주당의 오 후보를 향한 공격으로 판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이 예상보다 큰 진통을 겪으면서 야권 내부에선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후유증으로 인해 본선에서 시너지가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후보등록 마감인 19일까지 최종 후보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 두 후보 각각 등록을 한 상태로 협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오는 29일 이전까지 합의하면 패배한 나머지 한 명도 투표용지엔 표시되지만 기표란엔 '사퇴'로 명시된다. 만일 29일까지 넘기고 3자 구도로 흐를 경우엔 다음달 2일 사전투표 시작 전까지 몰리게 된다. 다만, 이 경우 무효표 발생은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이처럼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사실상 단일화 시너지를 누리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본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당 박 후보는 이날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를 꺾고 범여권 단일 후보로 선출,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반면, 야권은 여전히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 과정에서 지지층이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협상이 장기전으로 흐르면서 양측의 공방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연일 민주당이 오 후보의 내곡동 투기 의혹 관련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국민의당 또한 이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오 후보는 여태껏 (해당 의혹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설명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러워서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의혹에 대해 성실하고 책임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공세 속에서 부동산 의혹에서 다소 자유로운 안 후보 측도 공격에 합류해 반사이익을 누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내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이런 방식이면 단일화가 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으로 끝날 수도 있다"며 "넘어선 안 될 선까지 넘으며 싸우면 단일화 이후에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