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판키우는 "부동산 적폐" 공방…특검·국조 협상은 '쳇바퀴'

문 대통령 '적폐 청산' 주문 뒤 與 총공세
판 키우는 野 "정권 자체가 적폐 당사자"
특검·국정조사·전수조사는 제자리걸음

25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영진 소위원장(왼쪽,더불어민주당)과 김성원 국민의힘 간사가 대화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정치권 공방이 '부동산 적폐' 논란으로 옮겨붙었다.

여권이 투기 세력과 선을 긋고 이들을 '적폐'로 규정한 반면 야당은 정권 자체가 적폐 당사자라며 고삐를 바짝 죄는 모양새다.

그러는 동안 여야가 간만에 뜻을 모았던 특검, 국정조사, 전수조사 카드는 제자리걸음이다. 설계도에 따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는 탓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 '역공' 나선 여당

가장 적극적인 건 청와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부동산 적폐 청산을 주문한 뒤 연일 비슷한 메시지를 송출하고 있다.

"부패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강민석 대변인)"는 다짐이나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로잡자는 것(핵심 관계자)"이라는 설명이 연일 뒤따른다.

그러자 여권 전체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중앙과 지방의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고…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을 개조하자(민주당 이낙연 선대위원장)"거나 "부동산 적폐와의 전쟁은 결단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라는 식이다.

이른바 'LH발 악재' 이후 숨죽이던 민주당은 이참에 공세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적폐 청산에 저항하는 자는 그들과 한패'라는 프레임으로 외려 야당을 꾸짖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원내대표단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LH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 특검 및 국정조사, 국회의원과 청와대 등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누가 뭐래도 야당은 '닥공'

그러나 야당은 압박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가 된 3기 신도시는 현 정부에서 추진됐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정권에서 생긴 적폐가 아니냐"고 꼬집었다.

야권은 이처럼 5년 차 집권여당의 책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적폐 당사자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태경 의원은 집값 상승이 투기 유인이 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현직 국토부장관과 이들을 임명한 문 대통령을 '부동산 적폐 3인방'이라고 규정했다.

부동산 이슈가 4·7 재보궐선거를 넘어 차기 대통령 선거 국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판을 더 키우겠다는 게 야권 계산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닥치고 공격, 닥공이 우리 입장"이라고 전했다.

장충모 한국토지공사(LH) 사장 직무대행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 직무대행, 윤성원 국토교통부 차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윤창원 기자
◇ 표류하는 원내 협상

여야가 함께 추진하기로 한 특검, 국정조사, 전수조사는 당분간 기 싸움만 거듭할 전망이다.

여야 협상 실무자는 17일 각각의 주체와 추진 방향, 범위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칼끝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각자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터라 양쪽 모두 고심에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특검 수사 범위를 3기 신도시에 국한하지 않고 이전 정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태년 대표 권한대행은 아예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를 겨냥한 '엘시티 특검'까지 제안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범위를 현 정부 전반에 걸쳐 확대하자는 입장이다.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경기·인천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까지 적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발설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우리 쪽에선 청와대 직원들을 국정조사에 포함하자고 요구했는데 여당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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