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개]'소라넷 복사판' 靑청원에…알고보니 'n번방 복사판'?

운영자 "우리 사이트 왜 타겟이 됐는지 이해 못해"
불법촬영물 다수 확인…탈의실·화장실 등 몰카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차단 때마다 URL 변경…트위터 통해 주소 공지

구글에서 일반 사이트와 같이 검색이 되는 'OO일보'. 구글 캡처
화장실·탈의실 등에서 찍은 불법촬영물을 유포해 이른바 '소라넷 복사판'으로도 불리는 불법사이트 'OO일보'가 경찰 수사 중에도 버젓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운영자는 "(해외 IP로) 우회해 접속하라"는 공지사항을 최근 올리기도 했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4일 '소라넷 복사판인 OO일보에 대한 수사를 정석적으로 진행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OO일보'라는 사이트를 알고 있나. 흔히 아는 언론사가 아닌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성범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라며 "지난해 7월 24일 개설돼 올해 2월 21일을 기준으로 7만 명에 가까운 회원 수와 3만 명이 넘는 일일 방문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썼다.

작성자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당사자 동의 없이 찍힌 불법촬영물(일명 몰카), △당사자의 동의가 없는 불법유출물, △IP 카메라 해킹 등 사생활 침해 영상이 불법으로 유출된 영상물 등이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돼 있다.

불법영상들은 구글 드라이브 공유를 통해 제공되고 있었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영상물 다운로드는 자동으로 막히게 설정돼 있다.

문제는 이 사이트가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 일반적인 사이트와 같이 검색이 되며, 허울뿐인 회원제란 점이다. 회원 가입도 본인 인증 절차 없이 할 수 있어 청소년들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번호 찾기를 위해 회원 가입을 할 때 이메일을 기입하라고 하지만, 아이디를 중복으로 만들 수 있어 사실상 실제 사용 중인 이메일을 기입하는 회원은 거의 없다.

해당 사이트 운영자는 국내 접속이 차단되더라도 신규 도메인을 만들어 새로운 주소(URL)를 트위터에 공지해 안내하기도 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이 사이트는 회원들이 불법 촬영물을 올려 포인트를 적립하고 해당 포인트로 다른 회원들의 자료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린 당한 피해자 영상이 해당 사이트에선 포인트화돼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영상마다 포인트 가격도 차이가 있었다.

가상화폐로 포인트를 구매해 충전할 수도 있었다. 이는 n번방 사건 당시 조주빈이 가상화폐를 범죄에 활용한 것과 비슷하다. 거래 플랫폼만 다를 뿐, 불법촬영물을 가상화폐로 구매하는 방식은 매우 유사했다.

사이트내 각종 게시판에서 성희롱을 비롯한 각종 음란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소라넷과 비슷한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심각성에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1일 "지난달부터 국내 한 언론매체와 유사한 이름의 불법 촬영물 공유사이트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를 의식한 'OO일보' 운영자는 16일 공지사항 게시판에 "불과 일주일 전 추가한 신규 도메인이 또 차단됐다. 동종 타 사이트에 비해 회원 수도 얼마 안 되는 우리 사이트가 왜 특정 기관의 타겟이 돼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진행하던 트위터 팔로우+트윗 이벤트 때문에 약관 위반으로 트위터까지 정지를 먹은 상태"라며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이트를 빠르게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니 당분간 신규 도메인은 추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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