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임자운 변호사 (김종대 앵커 대신 진행)
■ 대담 : 이라영 작가, 정은정 작가
◇ 임자운> 빈약해진 우리들의 관계를 업시켜보는 시간이죠. 모든 것에 대한 관계맺기 달인 이라영 작가님 어서오세요.
◆ 이라영> 안녕하세요.
◇ 임자운> 그리고 도시와 농촌의 관계 업을 꿈꾸는 도농관계의 달인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작가님 모셨습니다.
◆ 정은정> 안녕하세요.
◇ 임자운> 오늘 관계업 코너 제목이 낯설지 않은 일들입니다. 아까도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으로 지금 나라가 정말 뒤집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은데요. 정 작가님께는 좀 낯설지 않은 일일까요, 이게?
◆ 정은정> 그냥 농촌에서는 워낙 그냥 비일비재한 일이다 보니까 내가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 땅주인의 얼굴을 못 보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러니까 외지인들이 주로 많은 거죠. 그리고 특히 경기도권이나 세종시처럼 특별시 혹은 광역시 주변에는 이런 농지 투기가 비일비재 한 거고 그래서 저한테는 낯설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분노를 안 하는 건 아니고요.
◇ 임자운> 이번에 투기 대상이 된 땅의 99%가 농지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농촌에서는 실제 어떤 얘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가요? 혹시 들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 정은정> 지금 그런 것 같아요. 투기 어떤 그런 열받음 이런 거지만 농지 투기라는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쟁점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농사를 짓고 그리고 식량이든 채소든 얻어야 됐던 그 땅들이 오로지 이제 개발 수요만을 기다렸던 그런 거죠. 그래서 99%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리고 이제 저는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것은 곧 농지 투기였다, 이런 이야기를 좀 드리고 싶은 거죠.
◇ 임자운> 그러니까 이게 부동산 투기라고만 해 버리면 사실은 우리나라에 예전부터 부동산 아파트값, 집값 이런 거에 대한 논란이 너무 뜨겁게 펼쳐지고 있어서 그 관련된 내용 중 하나겠거니 하고 그냥 넘어가는 분들도 많이 있을 텐데 지금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것은 농지, 우리나라 농지정책에 대한 문제와 직결돼 있다, 이런 관점이 분명히 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좀 있어요. 우리 헌법이 이제 경자유전의 원칙 이런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인데요. 이게 지금 현실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죠.
◆ 정은정> 많이 다르죠. 비농업인 소유의 면적 비율이 지금 가장 통계가 2015년에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이렇게 조사를 보게 되면 굉장히 보수적인 통계거든요. 그러니까 43. 8%가 외지인 소유라고 얘기를 하고 실제로 농촌에 가면 절반 이상이 다 남의 땅이다. 그리고 한 번도 얼굴을 못 본 대도시의 사람이래,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거죠. 그런데 그나마 농지법 자체가 한국의 농지법이 점점 완화된 거거든요. 그러니까 비농업인, 농사를 짓지 않는 외부의 지주들이 소유하기 되게 쉬운 구조로 계속 늘려져 온 거죠.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처럼 경자유전 원칙이 경자 씨만 땅을 가져야 된다는 건데 경자들이 아니신 분들이 많이 갖게 되는 거죠.
그런데 여기에 좀 현실적인 어려움들도 있어요. 농촌이 워낙 고령화되고 후계농은 구해지지 않고 그리고 이제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땅이 이용 중심이 아니라 소유 중심이거든요. 그러니까 내 재산이잖아. 내가 누구한테 넘기든 무슨 상관이야. 그래서 농민들에게도 조사를 해 보면 나의 재산이다라는 인식이 훨씬 더 커요. 그리고 만약에 개발이익이 생기면 이걸 사회적으로 환수하겠다, 그랬을 때 상당 수가 다 반대를 하시죠. 그래서 앞으로는 이걸 어떻게 해야 될까. 그래서 이용 중심으로 옮겨와야 된다, 이런 이야기들은 하는데 난공불락이네요.
◇ 임자운>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을 둘러싼 여러 가지 욕망 그다음에 사회적인 분위기와 농지라는 것이 갖춰야 될 어떤 특수성 이런 것들이 충돌하는 지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방금 말씀하신 비농업인 소유 농지면적비율, 이게 2015년 통계에 따르면 그 이후에는 나오고 있는 게 없나 보죠?
◆ 정은정> 이게 늘 지적이 되는데요. 농지원부라고 해서 내가 이 농지를 소유했을 때 어떻게, 어떤 용도다라고 밝혀야 되는 거죠. 국가 입장에서는 이 농지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파악을 해야 되는 아주 기초 자료인데 이 농지원부 등록이 한 7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니까 국가입장에서도 아주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는 거고. 다만 좀 조사를 해 보면 이번에 좀 핵심이 경기도 땅이어서 문제인 거잖아요. 아주 저 먼 땅보다는. 그래서 경기도나 그리고 개발 수요가 있는 곳은 한 40%가 다 외지인. 그러니까 60% 정도의 사람들이 땅 근처에 살지 않는다라는 게 정부 통계거든요. 그렇다면 현실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외지에 거주를 하고 있는 거죠.
◇ 임자운> 경기도가 더 심하다. 특히 더 심하다.
◆ 정은정> 경기도 같은 경우에는 수도권 주변은 분명히 땅값이 올라간다는 거는 우리가 경험상 잘 알고 있죠. 예를 들어서 일산신도시 그리고 분당신도시 거기 다 농지였거든요. 그래서 벌써 70년대부터 오랫동안 땅을 사놓으면 이건 언젠가는 대박이 터진다 정도는 다 알게 된 거고 경기도 같은 경우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정말 피할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경기도에서 농사를 짓는다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많이 드물어진 거죠. 그렇다면 농민이 없는가? 그건 아니거든요. 농사를 짓는 분들은 대부분의 임차농 상태. 그것도 사실은 되게 문제고요.
◇ 임자운> 그러니까 이게 실질적으로 본인들이 농민들께서 소유하고 있는 땅이 아니다 할지라도 그분들이 현재 삶의 터전이고 또 일터가 되는 곳의 가치가 올라간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면 그러면 결국 그분들의 삶도 같이 어느 정도 상승 효과가 있지 않을까, 이런 정말 막연한 생각을 가질 수는 있는 거거든요.
◆ 정은정> 그러니까 개발 수요가 있으면 당연히 집값은 상승은 하죠. 그렇다면 농지를 짓겠다고 결심한 임차농들에게는 임차비도 많이 내야 되는 거거든요. 멀리 찾을 필요도 없고 지금 제가 경기도 남양주에 다산신도시 지역에 사는데 저희 부모님이 거기서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지으셨거든요. 그런데 개발수요가 생기니까 땅값이 너무 올라서 점점 더 궁벽진 데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까 경기도 농민들이 높은 집값 때문에 훨씬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죠, 임차농일 경우에.
◇ 임자운> 지금 작가님의 가족이 지금 경기도에서.
◆ 정은정> 남양주시.
◇ 임자운> 남양주시에서요.
◆ 정은정> 거기가 다산신도시 지역이 되면서 원래부터 오래전부터 비닐하우스 지대가 있었고 지주들은 그런 투기 수요를 목적으로 해서 땅을 사놨었고 그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지었는데 아파트가 들어오면 또 쫓겨나야 되고 그런 악순환들이 계속 발생하는 거죠.
◇ 임자운> 땅값이 오른다 하더라도 그 땅 위에 살고 계신 분들의 삶의 수준이 같이 올라가지는 않는 것이 어떻게 보면 또 슬픈 모순인데요. 이라영 작가는 이번 사태 보면서 어떤 느낌 가지셨어요?
◆ 이라영> 저도 경기도에 김포신도시에 살거든요. 그런데 이거 보면서 원래 이렇게 신도시 아파트가 가득 들어오기 전에 여긴 다 어떤 땅이었을까. 이 땅주인들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 좀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복잡한 분노가 생기는데 한 가지는 공공주택이 참 중요하잖아요, 우리가 주거복지라는 차원에서. 어떤 사람들은 정말 LH에서 제공하는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되고 그런데 이제 이런 내부자들이 직업윤리를 어기고 이런 문제가 생김으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LH 자체에 대한 어떤 불신임 이런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 그게 굉장히 좀 우려가 되고 그런 면에서 좀 상당히 좀 유감스러운 일로 생각하고 있어요.
◇ 임자운> 정은정 작가님 아버지 얘기를...
◆ 정은정> 참 슬픈 비사가 있는데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경기도 같은 경우 왕숙지구가 제3기 신도시로 지정이 됐는데 거기에서 농사를 짓던 원주민들에게 대박 맞았네, 부럽다 이런 얘기 되게 많이 하거든요. 평생 농사를 지으셨던 분이 그 땅값을 보상을 받아서 어떤 새로운 직업을 얻을 수가 있을까요. 그 직업을 바꾼다라는 건 굉장히 불가능하거든요. 그러면 어딘가에 또 땅을 얻어서 농사를 지어야 되는데 현재 경기도의 상황, 농지의 상황들이 그게 굉장히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실제로 정말로 농사를 짓고 있는 원주민들은 안 된다, 개발하기 싫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우리의 그런 목소리에도 굉장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되게 있죠.
◇ 임자운> 그러니까 이게 철거민, 도시 철거민 문제와도 좀 닿아 있는 게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거를 그냥 보상 문제라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그냥 나 돈 필요 없다, 살겠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목소리를 그냥 보상금 올리기 위한 거짓말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굉장히 강한 것 같더라고요.
◆ 이라영> 맞아요.
◆ 정은정> 그런 고민들을 지금 나눠야 되는데 참 이런 얘기하면 한갓진 소리한다고들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올라서 땅값 보상받으면 좋지, 이렇게 얘기하죠.
◇ 임자운> 앞서서 이제 경자유전 원칙, 이런 거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분명히 우리 헌법에는 명시되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헌법을 개헌하자라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거 이제 뺄 때가 된 게 아니냐. 그 논거들을 보면 지주, 소작농 착취 관계가 있었던 구시대적인 유물이다라는 얘기를 하시는 분도 있고 이러한 원칙이 이제 농업 경영의 어떤 선진화. 이것을 저해하지 않냐라는 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칙이 분명하게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잘 유지될 수 있기 위한 어떤 해법 어떤 게 있을까요?
◆ 정은정> 제가 해법까지는 알 수는 없는데 확실한 건 그건 거죠. 귀농을 했을 때 귀농인들이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는 건 농지를 구하는 일이거든요. 동네에는 노는 땅이 많은데 그 땅을 얻을 수가 없다는 거죠. 농사를 짓기를 원하는데. 그러면 소유 중심이 아니라 이용 중심으로 와야 된다는 거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을 하는 건 뭐냐 하면 이 농지에 건물을 한번 올려서 우리가 이제 진짜로 농지가 다시 필요하네, 건물 부수고 농지로 전환을 할까 100% 불가능하다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농업 쪽에서는 식량 안보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21세기에 지금 가장 큰 화두가 기후위기잖아요. 그래서 어떤 생물 다양성이나 토양을 지켜야 되는 문제, 그런 어떤 생태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조금 지속 가능성의 문제 그리고 식량 안보의 문제 그리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문제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국면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죠.
◇ 임자운> 이게 기후위기, 요즘은 기후 변화라는 말도 쓰지 말자라는 말씀 하시던데 기후위기다라고 분명하게 얘기하자고 하셔서. 그런데 이게 분명히 들어보면 필요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잘 안 느껴지고 그리고 또 어쨌든 가시화되지 않다 보니까 이 농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말 식량주권, 이런 게 되게 추상적으로 들리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이거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그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좀 설명할 수 있을까,이런 문제가 결국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시는 학계에 계신 분들이나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고민인 것 같은데 제가 이 문제 터지고 나서 농지법을 한번 살펴봤는데요. 말씀하셨듯이 여전히 가치가 있어서, 필요가 있어서 헌법의 경자유전원칙이 유지되고 있지만 그래서 농지법이 자기 농업경영 이용하는 자에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라는 원칙을 6조 1항에 마련하고 있는데 그 밑에 예외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 정은정> 예외가 16가지가 있습니다.
◇ 임자운> 거기 밑에 바로 아래 달린 단서가 16가지인데 그 밑의 항까지 합치면 한 20개 정도는 되겠더라고요.
◆ 정은정> 그래서 웬만해면 그걸 다 잘 활용해가지고. 그리고 양도소득세도 많이 면제되고요.
◇ 임자운> 이번 LH사태가 결국에는 그러한 맹점을 특히나 내부 정보에 밝은 사람들이 나쁘게 악용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경자유전의 원칙을 어떻게 할 거냐라는 논의도 필요는 하겠습니다마는 어쨌든 사회적으로 이것을 유지해야 된다라는 합의가 만들어졌으면 실질적으로 잘 유지되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요? 농지법에 대한 어떤 개정 논의도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