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이날 오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에 도착해 각각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한 뒤 다음 날 '2+2'로 불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한다.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한국을 찾는 것은 2010년 7월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2+2 회의 자체도 2016년 이후 5년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를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에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함께 방한함으로써 동맹을 복원하고 협력을 통해 글로벌 현안에 대한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 장관은 한미동맹과 한반도 문제, 지역 협력, 글로벌 협력 등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다만 "장관급(고위급) 회담이므로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할 수는 있지만 실무 협의처럼 디테일하게 얘기하는 정도까지는 협의하고 있지 않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가 의제에 올라와 있는 만큼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대북정책 이슈도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남북관계 완전 단절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남한과 미국을 동시에 비난한 가운데 열리는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이와 함께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도 겨냥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담화와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특별한 사건이 생겼다고 해서 실무적으로 범위에 대한 의제를 조율하고 있지는 않다"며 "한반도 문제라는 의제가 있으므로 다양하게 서로 장관들이 궁금하거나 논의하고 싶은 것을 자연스럽게 개진하고 의견을 교환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담화 내용을 깊게 다루지는 않더라도, 관련된 논의는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관련해 방한에 앞서 일본을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16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북한 전략은 가능한 모든 선택지 포함해 현재 재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담화에 대해선 "별로 익숙하지 않은 코멘트이지만 매우 흥미로운 코멘트"라며 "그것이 우리가 이 지역, 일본에 온 이유"라고 반응했다.
이와함께 이번 회담에서는 '쿼드' 등 지역과 글로벌 협력에 대해서도 일정한 수준의 이야기가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하는 여러 나라들의 공조에 한국이 동참해 주기를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더라도, 은근히 바라기는 하는 눈치다. 쿼드 자체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기도 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질문에 "의제는 4개이고 디테일한 세부 의제를 조율하진 않았다"며 "전략적 대화이므로 구체적으로 실무협의를 하듯이 특정한 의제에 대해서 논의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즉답을 피한 셈이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일관계 또한 이번 회의의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앞서 일본을 방문했는데,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이날 2+2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일미한(한미일)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의견이) 일치했다"고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대북정책을 소개하고서 이같이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인 것 같다"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동맹국은 한국, 일본, 필리핀이 있고 태국도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면 일본과 한국이 제일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고 일관되게 미국의 입장을 말한 것이다"고 했다.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시아의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것이 탐탁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언급 또한 이번 회의에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