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s Arts and Sciences·AMPAS)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오전 8시 19분 '미나리'(감독 정이삭)에서 제이콥 역으로 열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남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93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함께 작업한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에 '미나리' 시나리오를 주며 추천했고, 자신도 배우뿐 아니라 제작자로 '미나리'에 참여했다.
이번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을 두고 '사운드 오브 메탈' 리즈 아메드,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고(故) 채드윅 보스만, '더 파더' 안소니 홉킨스, '맹크' 게리 올드만과 겨루게 됐다.
이번 후보 결과에서 스티븐 연뿐만 아니라 파키스탄계 영국인 리즈 아메드는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된 최초의 무슬림이다. 또한 두 명의 아시아계 배우들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최초의 일이다.
스티븐 연은 '마이 네임 이즈 제리' '아이 오리진스' '프랑스 영화처럼' '메이헴' 등 영화는 물론, '빅뱅 이론' '워킹 데드' 등 TV 시리즈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AMC 스튜디오가 제작한 인기 시리즈 '워킹 데드'에 글렌 리 역으로 출연, 액션과 로맨스를 오가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워킹 데드' 팀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스티븐 연이 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미국 배우로서 주연상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하며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에서 그가 맡은 제이콥은 누구보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이를 위해 성공하려고 애쓴다. 스티븐 연이 최초 후보 지명에 이어 시상식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쓰며 진정한 '아메리칸드림'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최종적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될 주인공은 오는 4월 25일(현지 시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