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북관계 전면 중단 경고…"붉은 선 넘었다"

'3년 전 봄날은 오기 어려울 것' 담화 발표, 한미연합훈련 비난
대남대화기구 조평통 폐지 가능성 등 언급…수위는 차등적 조절
美 접촉 시도에는 반응없다 南 때리기…2+2회담 앞두고 모종 신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남북관계의 전면 중단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16일 '3년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남측이) 3월의 봄 계절에 모두가 기대하는 따뜻한 훈풍이 아니라 스산한 살풍을 몰아오려고 작정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남측이 한미 연합훈련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훈련이라고 한 것에 대해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을 겨냥한 합동군사훈련 자체를 반대하였지 연습의 규모나 형식에 대하여 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훈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김 부부장은 특히 "남조선 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밝혀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 당국의 동족 대결 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 불능 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면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등 남북관계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 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 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러한 중대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 드린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 군사분야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있다"고 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그는 "행동에는 언제나 결과가 따르는 법"이라면서 "명백한 것은 이번의 엄중한 도전으로 임기 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등을 거론하면서도 '검토'나 '예견' 등의 표현 수위를 달리함으로써 최소한의 철회의 여지는 남겨뒀다.

금강산국제관광국 등의 기구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 반면, 남북관계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는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특유의 언술로 경고의 수위를 차등화했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인 남북군사합의서의 파기에 대해서는 남측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우선순위를 뒤로 돌리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에 대해서도 담화 말미에 2개 문장을 할애해 '한 마디 충고'라면서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은 '2+2회담'을 위한 미국 국무·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한미 양측에 모종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달 접촉 시도에는 묵묵부답했던 북한이 대남 비난을 재개한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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