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강경한 文대통령, '부동산 적폐청산' 카드 꺼냈지만…

"부동산 적폐청산, 촛불정신 구현,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
문 대통령, 부동산 투기 근절 임기말 주요 국정과제로 인식
그러나 與 일각 "LH 사태 초기대응 부실에 변창흠 장관 경질도 늦었다" 지적
민심 악화 수습 반전 기회될지는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를 '적폐'로 규정하고, 임기 말 '부동산 적폐 청산'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 3일부터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강력 대응을 주문해온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동산 적폐 청산'으로 수렴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에서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부동산 적폐 청산에 대해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며,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는 인식을 가져 주기 바란다"며 적폐청산과 민생의 문제를 연결시켰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부동산 투기 문제를 적폐청산, 나아가 민생문제로 인식한 것은 그동안 적폐청산 구호가 국민들의 실제적인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는 반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도 "우리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루어왔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그저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몰두하고, 드러나는 현상에 대응해왔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적폐청산이란 단어가 정치적 용어 또는 구호로만 낭비된 측면이 있어 피곤함이 강했다"며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민생과 연결된 적폐청산'으로 국정과제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일부에서는 LH 사태 발생 직후 초기 대응에 실패한 부분이 있고, 현재로선 뚜렷한 출구도 찾기 어려워 자칫 '레임덕'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있다.

시민단체로부터 LH 투기 의혹이 제기된 바로 다음날 문 대통령이 강력 대응을 지시하고 나섰지만 1차 정부합동조사 결과가 여론의 기대에 턱없이 못미쳤다. 또 검찰의 수사 참여 문제로 잡음이 일었고 특별수사본부도 뒤늦게 구성되는 등 경찰 수사가 미덥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을 조기에 경질하지 않고, 사퇴 시점을 미루는 애매한 태도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변 장관의 사의를 사실상 받아들였지만 "변 장관 주도로 추진한 공공주도형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된 입법의 기초 작업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며 사퇴 시점은 뒤로 미뤘다.

한 여권 중진 의원은 "처음부터 경찰이든 검찰이든 국세청이든 모두 불러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었어야 했다"며 "검찰을 뺀다느니 하면서 잡음이 새어나왔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경질도 사태 초기에 이뤄졌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 따라 당정청은 '부동산 적폐 청산'을 앞세워 관련 입법 '속도전'과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지만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민심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김성기 기자·연합뉴스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 폭등 등 가속화되고 있는 주거 불안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십년 이상 제대로 손도 못댄 부동산 투기를 조기에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도형 부동산 공급대책은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투기 발본색원'과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 국정 동력을 되살릴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지 표명이지만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적폐청산에 걸맞는 철저한 수사와 입법을하면서도 후임 국토부장관을 얼마나 유능한 인물로 뽑고, 공급 계획을 선명하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며 "국토부장관에게 다음 정권의 운명까지 걸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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