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은 '런 온'을 통해 현실 공감 가능한 위로를 주고자 꿈꿨다. 높은 시청률 대신 '런 온'은 '힐링 드라마'로 호평 받으며 그 바람을 이뤄냈다.
아직 미숙해서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서로를 돌보는 연대. 삶을 뒤돌아보면 누구나 한번쯤 있을 법한 경험을 신세경은 밀도 높게 표현해냈다. 그래서일까. '런 온'에는 치열한 사랑의 라이벌도, 극 전체를 뒤흔드는 악인도 없다. 그저 하루 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신세경에게 미주는 극적이진 않지만 어떤 작품보다 따뜻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설레는 로맨스 서사를 쌓았던 기선겸 역의 임시완과도, 대학 동기인 서단아 역의 수영과도 마찬가지다. 유독 '관계성 맛집'이라고 불렸던데는 이들 배우들의 실제 '케미'가 작용했다.
드라마 활동 외에도 신세경은 직접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베이킹부터 반려견들, 원예까지 일상이 주된 '브이로그'(자신의 일상 영상 콘텐츠)는 소소한 힐링을 선사한다. 광고 수익보다는 일상 공유가 주된 신세경의 유튜브는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1998년 서태지 'Take 5' 포스터 모델로 데뷔한 어린 소녀는 이제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꾸려나가는 배우이자 사람으로 성장했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신세경과의 일문일답.
-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미주가 사과를 잘한다. 미주는 방금 뱉은 모난 말에 대해서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멋쟁이다. 물론 배배 꼬아 말할 때도 종종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과 자신의 일도 무척 사랑한다는 점도 굉장히 좋다. 무엇보다도 오미주가 추구하는 사랑의 방식이 제일 마음에 든다. 서로를 잘 지켜가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정말 건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누군가를 동정하거나 받는 것을 싫어하던 미주가 선겸을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이 많다.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 우리 드라마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벤트가 늘 가득했다. 항상 뻔하지 않은 방향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고 말을 하더라. 주인공의 불우한 성장 배경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드라마 속 설정이지만 미주가 살아가는 방식은 달랐다. 미주는 솔직하고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촬영했다. 늘 그렇게 의연하던 미주가 12부에서 기정도 의원에게 끔찍한 이야기들을 듣고 선겸에게 포기하겠단 말을 전할 때,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아왔던 결핍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 '런 온'을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신세경이라는 배우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또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연애의 단계, 단계를 잘 표현해서 그 설렘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이 작은 위로를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기억되길 바란다기 보다는, 오미주라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기선겸과 투닥거리며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 (임)시완 오빠는 섬세하고, 정말 똑똑하다. 항상 내게 야무지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오빠가 훨씬 더 야무지고 부지런하다. 자기 개발을 위해 늘 시간을 쪼개어 쓰는걸 보면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동선이나 대사 타이밍 등에서 상대 배우가 어떤 지점에서 불편한지, 무엇을 어색하게 느끼는 지를 귀신 같이 캐치해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 꼭 나에게 괜찮은지 먼저 물어본다. 내가 딱히 티를 내는 것도 아닌데, 보통의 섬세함으론 그렇게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같이 논의하고 합을 맞추는 과정들 속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것은 당연하고, 일단 오빠가 굵은 가닥으로 땋아온 기선겸이라는 캐릭터가 단단하고 빈틈이 없었기 때문에 오미주도 함께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보통 드라마라면 로맨스 라이벌 구도였을 서단아 역의 수영과도 '케미'가 좋다는 평가가 상당했다. 둘 관계성 조합을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는데 성별 불문 좋은 '케미'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 수영이와는 대학교 동기이다. 캐스팅 관련 소식을 일찌감치 알지는 못했지만 수영이가 서단아를 맡게 됐다는 소식을 알고, 무척 설렜다. 대본을 읽었을 때 서단아야말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껴졌기에 기대감이 증폭됐다. 관계성 맛집인 우리 드라마 속 놓칠 수 없는 '케미'가 바로 '단미'(단아와 미주) 관계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속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다양한 여∙여 캐릭터 구도가 최근에는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단아·미주와 비슷한 관계는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빈틈 있는 사람들끼리 계속 티격태격하다가 의도치 않게 서로를 위로하게 되는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졌다.
이런 케미를 만들기 위해 따로 노력했다기 보다는 늘 현장에서 서로가 편한 방향으로 아주 자유롭게 합을 맞췄고, 그런 편안함이 잘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끼리 문자로 '우리 케미 너무 좋지 않냐' 와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아! '오미자씨'라고 부른 것은 수영이의 애드리브였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대본에 이름도 '오미자'라고 써놓곤 했었다. (웃음)
-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포착된 백색 소음이 잘 담겨있고, 또 이를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지 않을까. 요리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결과물을 가족들과 나눌 수 있다는 점과 잡념을 없애기에 굉장히 좋다는 점. 이런 이유로 꾸준히 요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와, 또 지금 배우로서 가진 마음가짐은 확실히 다를 것 같다. 연기를 하면서 때론 힘들었을 시간을 지나 지금의 신세경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을까
- 항상 운이 좋았고 큰 축복을 누리며 일을 해왔던 것 같다. 이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내 곁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슬럼프나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었다. 아마 혼자라면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시간들을 지나 인복이 많은 배우가 됐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일과 사람을 위해 멈추지 않고 '런 온' 한 미주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 시즌2 기다릴게. 보일 때까지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