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어디 가고 구애 경쟁만…'윤석열'에 휘둘리는 野

사퇴 직후 대선 지지율 1위 등극 윤석열…야권 들썩
吳 "모종의 의사소통"‧安 "정권교체 위해 만날 수 있어"…구애 경쟁
尹風에 휘둘린 野 후보들…'정치 검찰' 부추긴다는 지적도

왼쪽부터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유력주자로 등극하면서 윤 전 총장을 향한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의 구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검찰총장 직 사퇴 직후 사실상 대선 행보를 펼치고 있는 윤 총장을 활용한 행태가 '정치 검찰' 현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오세훈‧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때 아닌 윤 전 총장과의 '친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0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와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과 전화를 하거나 만날 수 있다"고 했고, 오 후보도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과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며 "단일화 이후 얼마든지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의 이같은 발언은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검찰총장 직에서 물러난 윤 전 총장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는 등 야권 지지층의 표심이 윤 전 총장에게 쏠리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황진환 기자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자체 조사, 지난 9~11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윤 전 총장은 24%를 기록하며 이재명 경기지사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한때 이 지사와 선두 경쟁을 했던 민주당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11%에 그쳤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1일 발표한 결과(자체 조사, 지난 8~9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선 이 지사가 25%로 선두를 달렸고, 윤 전 총장은 24%로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12%에 그친 이 선대위원장이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신경전을 벌였던 지난해 11월 윤 전 총장은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깜짝 1등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추 전 장관이 물러나며 사태가 일단락되자 지지율은 다시 하락했다. 중수청 설립에 반발해 이달 초 검찰을 떠나면서 재차 주목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현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갈등 끝에 검찰을 떠나면서 윤 전 총장은 자연스럽게 반문(반문재인) 전선의 선봉에 서게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은 윤 전 총장과 접점 만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윤 전 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비춰질수록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총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한형 기자
일각에선 이른바 윤풍(尹風)을 활용하거나 휘둘리는 야권의 움직임이 고질적인 '정치 검찰'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정권 말기에 다다르면 차기 권력과 결탁해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표적 수사를 벌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정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윤석열 쟁탈전이 야당 후보에게서 시작됐다"며 "'윤석열 모시기' 경쟁은 그만큼 선거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 중진의원은 13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보궐선거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아마 야권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양자 회동 등 관심을 끄는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입장에선 득표력을 높이기 위해 윤 전 총장을 향한 구애가 불가피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서울시장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은 윤 전 총장의 영향력이 너무 쎄서 따라가지 않을 수가 없다"며 "다른 후보 쪽이 윤 전 총장과 먼저 단독 회동이라도 하면 한번에 무너질 수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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