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나 종목 게시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제목의 글들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지지율이 수직 상승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윤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가 오너인 기업들을 찾아 나서고 있는건데요. 종친 뿐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 동문이라거나 하는 '연결 고리'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대선을 1년 앞두고 발빠른 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걸텐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 연결 고리에 투자하고 싶은 분들 계시다고요? 그 연결 고리는 누가 만드는 거냐고요? 과거에도 대선 테마주는 늘 만들어졌는데 어떤 결과를 봤냐고요? 대선 테마주에 대한 궁금증, 탄생부터 처벌, 유의할 점까지 알아봤습니다.
1. 대선 테마주가 된 이유, 따져보니
10일 오전 농약 제조 전문업체인 성보화학이 뜬금없이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평소 거래량이 1만주 이하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지 않던 종목인데 이날은 개장 후 1시간 만에 300만주 가까이 거래됐습니다. 성보화학의 윤정선 대표이사가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파평 윤씨라 "윤석열 테마주다"라는게 알려지면서죠. 문제는 이같은 정치 테마주, 기업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선 테마주는 '반짝'할 뿐이어서 상승할 때 같이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성보화학은 11일 바로 7.25%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습니다.
영어교육업체 NE능률은 사흘 연속 상한가를 쳤습니다. 최대주주인 윤호중 한국야구르트 회장이 파평 윤씨 종친회 소속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는데요. 이달 들어서만 137%가 올랐다가 9.09% 하락했습니다. 또 파평 윤씨라는 이유로 오른 종목은 웅진입니다. 역시 8일 상한가를 쳤다가 하락했습니다. 하락폭도 5% 안팎으로 큽니다.
테마주란 상장 주식 가운데 계절, 의료, 환경, 정치 등 하나의 주제를 가진 사안에 의해 같은 방향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군을 말하지만요. 정치인 테마주, 이른바 대선 테마주는 투자로 보기 어려운 투기로 분류됩니다. 해당 정치인과 실제 어떤 인연이 있나 들여다보면 황당 그 자체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죠.
앞서 말한대로 종친이라서 대선 테마주가 묶였고요. 합성피혁 판매업체인 덕성은 사외이사가 윤 전 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묶이며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이외에도 이낙연, 이재명, 안철수, 박영선, 오세훈 등 유력 정치인에게는 5~10개의 관련 테마주가 있는데요. 박영선 전 중기부장관이 여당 서울시장 후보로 뽑히자 MBC 근무 이력 때문에 imbc가 급등하거나, 부회장이 고려대 동문으로 알려지면서 '오세훈 관련주'로 진양산업, 금양 등의 주가가 솟아올랐는데요. 역시 성이 같거나 학교 동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입니다. 학교 동문 이상의 아무런 친분 관계도 없고 사업 내용도 전혀 관계가 없는데도 말이죠. 증권업계 관계자는 "윤씨 대부분이 파평 윤씨고 얼마나 많으냐. 같은 종친이라고 테마주로 묶이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면서 "공시를 내고 관련 없다고 해도 테마주라고 하면 '혹시나'하는 기대감에 갔다가 상투 잡는 경우가 반복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테마주를 모니터링하고 단속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현재 핫한 윤석열 테마주, 이재명 테마주 등을 누가 만들어서 배포했는지는 당장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과거 사례들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이런 대선 테마주는 자본시장 전문가가 만들었다기보다는 작전 세력 또는 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전업 투자자 등 일반 투자자들이 만들어 유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게시글을 다수 점유하고 있는 분들이 허위 풍문 등을 유포해 포착한 사례 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먼저 주식을 대거 사서 허위 풍문을 유포하고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 거래소가 제보를 받거나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하면 금감원 테마조사팀에 통보를 합니다. 금감원이 또 조사를 통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안건으로 올리고, 증선위는 혐의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면 검찰에 통보하거나 고발 조치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단지 '대선 테마주' 리스트를 작성했다거나 유포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정치인과 종친이다, 동문이다라는 점이 허위는 아니어서죠. 하지만 테마주에 이름을 올려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이 계속 되면서 당국은 해당 상장사에게 적극적으로 '관계가 없다'는 자율 공시를 통해 해명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대선 테마주의 유혹은 늘 있어왔습니다. 지난 대선 때 돌았던 대선 테마주의 주가는 어떨까요?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테마주로 거론됐던 종목들의 주가 추이를 살펴볼게요. 법률 고문이 문 대통령이 근무한 부산 법무법인 소속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바른손. 2016년 9월 한 달에만 주가가 46% 넘게 뛰었습니다. 그해 9월 23일 1만 5598원으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4년 반이 현재 3천원 선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당시 같이 대선 테마주로 묶였던 우리들휴브레인과 에이엔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들휴브레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인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의 부인 김수경씨가 대주주라서 테마주로 묶였고요. 에이엔피는 문 대통령과 인권변호사 활동을 함께한 변호사가 이사여서 테마주로 분류된 바 있습니다. 모두 2016년 9월에만 29%, 15% 넘게 주가가 상승해서 각각 그해 9월 9일 최고 1만 5300원, 9월 13일 2만 4114원을 찍었지만 현재는 각각 2천 원대, 1천 원대로 급락한 수준입니다.
지난 대선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올라서 관련 테마주도 있었는데요. 회사 대표가 반 총장의 외조카로 알려진 지엔코가 그렇습니다. 2016년 9월에만 89%가 넘게 주가가 올라 그해 말 최고 9550원까지 찍었지만 이듬해부터 급락해 현재는 1천 원 선에서 머무르고 있습니다. 대선 테마주 주가 추이를 보면 허망하기 그지 없을 정도입니다.
테마조사를 오래한 베테랑들은 테마주 투자에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잠깐 반짝 하거나 선거만 끝나면 주가가 30~40% 급락하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인데요. 그러다보면 결국 테마주 투자에 혹했던 소액의 개미 투자자들만 손해를 보게 되므로 테마주를 쫓아 매매하는 건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선 테마주는 기업 본질적인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급락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온라인이나 SNS, 유튜브 등에 유포되는 근거 없는 루머 등에 현혹되지 말고 기업 실적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설사 투자한다 하더라도 뭘 만들고 파는지, 재무 구조는 어떤지 최소한의 기본적인 것들을 살펴야 합니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에 테마주 리스트 등을 퍼 나르면서 자신도 모르게 허위 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하게 돼 시세 조종에 관여하게 될 경우 불공정 거래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부탁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가가 상승 추세면 모르겠지만 하향 추세가 되면서 개미들이 투자할 곳이 없어졌다"면서 "올라가는 종목을 사고 싶은데 어떤 사람이 '테마주'라고 불을 붙이면 순식간에 평균 거래량이 4~5배 올라가는 식이다. 이유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하락할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