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습 학대 제주 어린이집…원장도 결국 입건

경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적용…관리‧감독 제대로 했는지 수사

교사가 아동의 배를 손으로 수차례 가격하는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캡처. 학부모 제공

제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 5명이 원생 13명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학대 행위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어린이집 원장도 결국 입건됐다.


제주경찰청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어린이집 원장 A씨를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아동복지법상 소속 교사가 학대 행위를 한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 원장도 함께 처벌을 받는다. 다만 원장이 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감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경우 처벌되지 않는다.

경찰은 원장이 교사들의 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교사들의 학대 행위를 보고도 방조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A씨는 지난 11일 경찰 조사를 받는 와중에 쓰러지며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A씨가 고열 등의 증상을 보여 한때 경찰관들이 격리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2세에 불과했던 피해 아동이 누가 잡아당긴 듯 양 귀에 피멍이 든 채로 집에 돌아왔고, 다음날(16일) 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교사 학대로 귀에 피멍이 든 한 아동. 학부모 제공

경찰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지난달 2월 15일까지 어린이집 내 폐쇄회로(CC)TV 15개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교사들이 1세부터 3세 사이의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정황을 확인했다.

영상 속 교사들은 수시로 원생들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거나 뒤통수를 쳤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이 확인한 교사들의 신체적 학대만 100여 건이다. 피해 아동은 13명에 달한다.

특히 교사들은 청각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원장의 손녀를 상대로도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신체적 학대뿐만 아니라 정서적 학대 정황도 포착했다. 교사들이 원생에게 벽을 보고 있으라고 하거나, 다른 원생을 혼내는 것을 지켜보게 하는 장면이 영상에 담긴 것이다.

현재 신체적 학대만으로도 보육교사 12명 중 5명이 입건된 가운데 수사 결과에 따라 피의자와 피해아동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어 학대를 둘러싼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경찰청. 고상현 기자

한편 학대 사실이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알려지며 공분이 일자, 어린이집 측은 사과문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에 대해 큰 충격을 드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어린이집은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육진흥원 평가에서 최고점인 A등급을 받았다. 보육과정 및 상호작용, 보육환경 및 운영관리 등 모든 평가 영역에서 '우수' 등급이 나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