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시개]尹이 왕의 상?…"일종의 대통령 만들기" 비판

지난해 같은 언론사, 같은 내용 보도에선 '양반'…표정변화로 다른 결과
"누가 왕이 필요하다고 했나", "저널리스트 자부심 팔아먹어" 등 비판 거세

윤석열 검찰 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용맹스럽고 위엄이 있으며 먹고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인공지능(AI) 관상분석 앱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진을 넣자 이같은 문구와 함께 왕의 상으로 분석된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곧 한 매체에서 기사화됐다.

이 매체는 지난 8일 <"누가 왕이 될 상?" AI 관상가가 본 윤석열·이재명>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앱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얼굴은 왕의 상이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장사꾼의 상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네이버 포털 댓글만 2800여 개가 달릴 정도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 기사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관상을 근거로 차기 대선주자로 오르내리는 두 인물을 비교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과 연쇄살인범 이춘재도 왕의 상으로 분석되는 게 대표적이다.

심지어 이 매체는 지난해 10월 30일 <"누가 왕이 될 상인가?"..AI 관상가가 본 "이재명부터 윤석열까지> 제하의 기사로 똑같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해당 기사에선 윤 전 총장이 양반의 상으로 분석됐다. 즉 같은 인물이라도 다른 사진을 넣으면 결과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기사 본문에 '재미 정도로 참고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있지만, 다른 사진이나 눈을 크게 뜨는 등의 작은 표정 변화로도 결과의 편차가 매우 큰 앱의 결과를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그 의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결과가 다른 윤 전 총장의 관상결과. 네이버 뉴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이 왕의상으로 분석된 조두순·이춘재.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김언경 소장은 1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과잉보도들이 많다. 가십성 보도, 일종의 '대통령 만들기 놀이' 같은 느낌의 보도들이 문제"라며 "어떤 사안에 대한 입장이나 정치 철학을 묻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지나치게 흥미 위주의 보도, 수준 낮은 보도들이 많은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해당 매체의 보도에 대해 "제 살 깎아먹기였다. 오히려 다른 언론사에 민폐를 주는 보도"라며 "대선주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이런 식의 내용은 결코 우리 정치나 대한민국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비평할 가치조차 없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보도는 SNS와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도 확산돼 비판을 받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떤 하찮은 언론사가 '누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기사를 냈다"며 "왕이 될 상으로 뽑힌 사람은 속히 '왕국'으로 귀화해야 관상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도 "취재 안하고 이런 식으로 기사 쓰면 나도 기자할 수 있다", "누가 왕이 필요하다고 했나", "저널리스트라는 자부심은 팔아먹고 관상가까지 등장시키는 기레기(기자를 비하하는 신조어)들의 패기가 놀랍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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