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나비효과?…갈수록 험난한 野 단일화 협상

LH 투기 의혹 여파에 국민의힘 반사이익
지지율 상승에 '강공' 선회 오세훈…단일화 협상 난항
TV토론 및 설문 문항 놓고 이견…2차 실무협상 관건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윤창원·박종민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과 관련 정부‧여당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협상이 갈수록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이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승부가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LH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3기 신도시 토지 사전 매입 이외 판교, 동탄 등 2기 신도시 관련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정부‧여당을 향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이번 사태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엄정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도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을 앞다퉈 발의하며 수습에 나섰다. 반면 야권은 연일 포격을 가하고 있다. 보궐선거를 한 달 앞두고 수도권 시민들의 '역린(逆鱗)'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가 터지자 집중 공세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 대변인단은 이날 하루에만 LH 관련 논평을 7개 이상 쏟아내며 융단 폭격을 가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8일 발표한 결과(YTN 의뢰, 지난 2~5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국민의힘은 34.2%를 기록하며 민주당(29.6%)을 약 5% 차이로 따돌렸다. 첫 의혹이 제기된 시기가 지난 2일임을 감안하면 향후 발표될 조사에선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LH 사태가 야권에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야권 후보 단일화엔 오히려 '나비효과'가 발생해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장 후보군 중 선두를 유지하는 안 후보를 상대로 추격자인 오 후보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협상의 문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명동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일 후보 확정 이후엔 거대정당에 바탕을 둔 후보의 지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제가 볼 땐 단일후보도 오 후보로 확정될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LH 사태를 계기로 최근 제1야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고려한 발언으로 읽힌다.

안 후보는 서울시청 방문 행사 후 "지금 LH 사건이 국민들에게 많은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있어서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와 불안한 후보와 누구를 선택하실 것인지 야권 지지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고 후보 경쟁력을 재차 강조했다.

각 3명씩 실무협상단을 구성한 양측은 지난 9일 첫 회동에 이어 오는 11일 두 번째 만남을 앞두고 있지만, 토론 횟수와 여론조사 문항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상승세인 오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고, 국민의당 측은 신속히 단일화를 마무리하자고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협상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단순히 협상판에서 문구 선택 등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협상의 시기와 그 당시 지지율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의힘 쪽이 지연 작전을 펴고 있는지는 2차 협상을 해보면 알게 된다"며 "협상을 질질 끌 의사가 없으면 후보를 뽑는데 필요한 것들은 사실 한 두시간이면 합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