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상황을 좀 확인해 본 다음 성역 없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누구든 다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도 이날 "고위공직자나 정무직 공직자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져야한다"면서도 "지금은 조사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당과 정부, 그리고 대통령도 아주 철저하게 이번 투기 의혹과 관련해선 모두 조사·수사하고 법이 허용하는 최대 강도로 처벌한다는 방침이 분명하다"고 했다.
지도부의 명확한 입장에 상당수 의원들은 경질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고 싶어도 일단 어색한 침묵만 지키고 있다.
◇與 의원들, 쉬쉬하지만…"밑바닥엔 일단 갈아야 한다는 인식"
민주당은 변 장관을 국회로 불러 이번 사태에 대해 문책했던 지난 5일에도 거취 논의는 없었다고 못박았다.
LH는 현재 장충모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데, 소관 부처인 국토부까지 지도부 공백 상태로 둘 순 없다는 공감대가 이날부터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은 모습이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오늘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변 장관 거취문제에 대해 어떠한 논의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오후엔 같은당 허영 대변인까지 나서 실무적인 이유에서 경질은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허 대변인은 "(국토부) 수장을 바꾸면 그 과정에서 대처가 늦어질 것"이라며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국회에서 후속 입법 조치를 만들어 나가야 하고 2·4 공급대책 실현하기 위해 지구 지정도 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LH공사 직원들의 실언과 막말, 추가 의혹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고 민주당과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상황. 이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인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역구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의원들 마음 밑바닥엔 변 장관을 일단 갈아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일대일로 만났을 때 얘기고, 3~4명만 모여도 이런 말을 못한다"고 했다.
변 장관에 대한 답답한 마음도 읽힌다.
또다른 수도권 의원은 "변 장관은 물러나기 억울한 모양이지만 자기 잘못으로 관두는 장관이 얼마나 있느냐"며 "조직에 문제가 있으면 장관이 책임 지고 물러나는 건데 교수 출신이라 그런 정무적 감각도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대선까지 1년…오해 사고 싶지 않은 의원들
예컨대 이재명 지사나 이낙연 공동선대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경질론을 공개적으로 꺼내면, 이들의 주장이 이 지사나 이 위원장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변 장관의 경질이 대통령 인사권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도 의원들의 공개 발언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검경 수사권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민주당이 만들다시피한 국가수사본부의 전수조사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돼 가고 있지만, 의원들이 말조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변 장관의 후임을 찾는 데 대한 부담을 민주당 의원들 모두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 발언은 쉽사리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