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정보를 미리 입수한 공직자나 공기업 임직원들에게 '주택과 토지는 그저 내 배를 불리는 달콤한 과자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똑똑히 확인한 서민들의 배신감이 깊게 배어있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들불처럼 번지는 국민 분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함께한 오찬 간담회에서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공직사회의 투기·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종합적 입법을 서두를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긴급 관계기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모든 행정력과 공권력을 동원해 최대한의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해당 지자체도 벌집을 쑤셔놓은 듯 혼비백산한 모습이다.
광명·시흥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를 매입한 경기 광명시청 공무원은 지금까지 모두 6명으로 확인됐다.
광명시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오후에는 임병택 시흥시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광명·시흥 신도시 예정지 내 토지를 취득한 소속 공무원이 지금까지 8명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들러 준비한 탓인지 시흥시장의 기자회견은 '온라인 영상중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그리고 과천, 남양주, 하남, 고양, 부천시 등도 소속 공무원의 '땅투기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감사실을 중심으로 전전긍긍하는 모양새이다.
◇부동산 투기 근절할 '절호의 기회'…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LH는 "전 직원과 가족의 토지거래 사전신고제를 도입하고 신규사업 추진 시 토지 소유여부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모두 '사후약방문'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여전히 '당·정·청이나 지자체, 그리고 LH 모두 일단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 위기만 모면하려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어쨌든 LH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사건으로 공직자들이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다시 찾아 왔다.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과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 투기 근절과 부패 엄벌을 위한 법안들을 면밀히 검토해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도 시급하다.
◇경기도의 '다주택 고위공직자 승진 배제'…정부부처·지자체로 확대돼야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통해 도 고위공직자들에게 "투기·투자 목적의 다주택을 모두 처분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대상은 4급 이상 경기도 소속 공무원과 경기도 31개 시군 부단체장,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의 본부장급 이상 임직원, 경기주택도시공사 처장급 이상 임직원 등이다.
이 지사는 올해 1월 정기인사부터 주택보유 현황을 승진과 전보,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다주택자는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상자의 40%가 넘게 다주택을 처분했고, 결과적으로 다주택자 임에도 승진한 4급 이상 고위공무원은 없었다.
경기도 도시주택실 고위 간부는 "다주택 보유가 자신의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공직사회 전체에 부동산 투기에 대한 경각심을 분명하게 심어줄 수 있다"면서 "제도 도입에 적극 찬성"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가 할 수 있다면, 정부 부처나 전국의 지자체, 그리고 LH 등에서 못할 이유는 없다.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승진 제한 제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확대돼야 한다.
"'공직을 하려면 공직을 하고, 부동산으로 돈 벌고 싶다면 국민의 공복이 아닌 사업가를 하라'는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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