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오른다' 대구 연호지구 투기 의혹…주민들 "싹 다 조사해야"

투기 의혹이 제기된 대구 연호지구에 인근 상인들이 내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소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수도권 3기 신도시 투기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LH의 공공주택지구 개발 예정지인 대구 연호지구에도 불똥이 튀었다.

LH 직원들이 대구 연호지구의 사전개발정보를 이용한 투기나 분양권 취득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대구 연호지구는 무조건 오를 거다.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LH 직원의 메신저 내용도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10일 대구 연호지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LH 직원 투기 사태와 관련해 외부 투기 세력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연호동에서 화훼업을 하는 상인 A(66) 씨는 "LH 간부 동생이 집터 300평을 사 집 한 채를 3~4채로 쪼개 졸지에 벼락부자가가 됐다는 소문이 떠돈다"며 "대구 지역도 수도권처럼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연호지구에 들어선 신축 빌라. 권소영 기자
주민들은 최근 연호지구에 들어선 신축 다세대 주택에 대해서도 투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빌라 등 공동 주택 건물이 전무했던 한적한 동네에 공공주택지구 발표 시점 무렵부터 빌라 건물이 신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2건, 2016년 0건, 2017년 1건이던 연호지구 건축허가 건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 지정 시점인 2018년엔 5건으로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연호동 토지 거래는 2015년 37건, 2016년 46건에서 2017년 70건으로 늘었다.

주민들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전에도 법원 이전 등 개발 소식에 맞춰 이익을 노린 투기 행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빌라가 전혀 없던 이 촌에 몇 년 전부터 빌라가 생기더니 현수막 하나 걸지 않고 평당 3000~3500만 원씩 팔려 나갔다"며 "법무사나 교수들이 정보를 미리 알아서 촌집을 사들여 빌라를 지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8년 준공된 연호동 모 빌라에 거주하는 B(90) 씨는 "과거 살던 집을 팔고 지금 이 빌라를 분양받아 살고 있다"며 "이 동네에서 평생을 나고 자랐는데 빌라 입주민들은 얼굴을 모르는 외지인들"이라고 말했다.

주민 C(75) 씨는 "(투기 세력들이) 이 동네에 뭐가 들어설지 이미 알고 들어왔다"며 "빌라를 지은 사람들이 '언제 개발이 되느냐'는 소리를 매번 입에 달고 다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수도권 신도시뿐 아니라 연호지구 또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D(59) 씨는 "조용한 마을에 왜 저런 빌라들이 들어왔나. 실제 빌라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고 마을 회의를 한다고 해도 나오지도 않는다"며 "시청 공무원이 (투기에) 개입됐다는 소리도 공공연하게 들렸다. 싹 다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호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미 연호지구 보상 절차가 절반가량 완료된 상황이고 보상을 받자마자 (빌라에서) 나간 사람들도 많아 빈 세대들도 많다"며 "현 시점에서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주민들은 이번 사태 이전부터 외부 투기 세력 색출을 줄곧 요구해왔다"며 "투기 의혹 조사뿐 아니라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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