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객정보 장기간 무단 보유…이통사들 불법영업 심각




국내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불법으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관하면서 영리 목적에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입자 신상정보를 과도하게 오래 보관한 채 판촉행위를 하거나, 가입자 동의 없이 정보를 취합하는 등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행태가 확인됐다.

지난달 말 노컷브이와 만난 H씨는 대형 이통사 A사로부터의 황당한 경험을 전했다. 현재 다른 이통사를 이용 중인 그는 5년 전 A사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적이 있다. 최근 ‘좋은 조건으로 새 휴대전화를 마련하라’는 A사 전화를 받은 그는 해당 영업점이 자신의 실명과 과거 개통시기까지 알고 있기에 크게 놀랐다. 현행법상 이통사가 고객 정보를 보유할 수 있는 기한은 1년이다.
A사의 개인정보 취급 관련 내규.


H씨는 “5년 전 개통 기록을 가지고 A사 대리점에서 영업전화를 걸었다”며 “이에 대해 A 사 본사에 항의하자 ‘본사는 영업점에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개인정보를 몰래 가지고 있던 영업점 판매자 개인의 일탈’이라고 발뺌하더라”고 전했다.


5년 전 H씨의 A사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맡았던 영업직원이 H씨의 개인정보를 빼돌렸다가 영업에 썼다는 게 A사 해명이다. 그러나 H씨는 “그건 말이 안된다. 그 당시 휴대전화는 내가 나한테 팔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영업점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했던 그는 당시 실적 부진에 시달리다 일종의 ‘자전거래’를 했다는 얘기다.
A사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결국 H씨가 자신을 가입시키면서 기재한 개인정보가 H씨 의지와 무관하게 A사에 보관되고 공유됐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일선 영업점 중 한 곳에서 이같은 정황이 확인됐다.

수도권의 한 영업점은 A사가 인트라넷을 통해 수년 전 고객의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실상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영업점 내 단말기 모니터에서는 이름과 전화번호, 주민번호 일부, 개통일자 등 개인정보가 확인됐다. A사는 이 개인정보들을 제 3자인 직원들에게 광범위하게 배포한 게 된다.
A사의 실제 전산망.


전산망을 공개한 영업점 점주는 “회사에서 영업에 이용하라며 보내는 근거는 ‘마케팅 동의’인데, 이 동의를 고객이 했다고 보기도 힘들다”며 “개통시 고객이 전산상 선택 동의란에 체크를 해야 하지만, 보통 대리점 직원이 체크를 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인 B사와 관련해서도 유사 사례가 제보됐다. 2016년 유심 변경 이력이 있는 제보자는 자신을 ‘단골고객’으로 표현한 B사 영업점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황당했다고 취재진에 전했다. 문제의 영업점은 “본사에서 시켜서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B사가 제보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개인정보의 무단 수집과 공유는 유출의 위험도 키우게 되고, 고객이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대출사기 등에 휘말릴 위험 역시 키운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 이동통신사들의 개인정보 악용 실태,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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